윤영철 스피드업? 순리대로 간다… 한계의 확장, 스무 살 청춘의 확실한 인생 로드맵

김태우 기자 2023. 11. 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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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 위주로 내년을 대비한 몸을 철저하게 만들고 있는 윤영철 ⓒ곽혜미 기자
▲ 오키나와 캠프에서 웨이트와 유산소 운동에 집중하고 있는 윤영철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똑같이 마운드에 섰는데 이날은 유독 평상시와 다르다는 느낌이 머리를 팍 때렸다. 멀쩡하게 서 있는데 호흡을 제어하지 못했다. 심장이 평소보다 더 뛴다는 것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시즌 들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지나간 뒤, 윤영철(19‧KIA)은 곰곰하게 체력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올해 고졸 신인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1군에서만 122⅔이닝을 던지는 등 꽤 굵은 족적을 남긴 윤영철은 시즌 결산 인터뷰 당시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항상 생글생글 웃거나, 혹은 마운드에서 표정 변화가 없는 윤영철도 내심 프로에서 한 시즌을 버티려면 몸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윤영철은 시계를 6월로 되돌렸다. 윤영철은 6월 11일 두산전까지 시즌 첫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었다. 모두가 칭찬을 아끼지 않는 제구와 담력, 그리고 고졸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는 경기 운영이었다. 그런데 6월 17일 NC전에서 3이닝 동안 11개의 안타를 맞으며 7실점하고 무너졌다. 윤영철은 이날 처음으로 체력의 문제를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상하게 호흡을 제어하지 못했다. 호흡이 엇나가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게 당연했다. 윤영철은 “내가 내 호흡을 콘트롤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한 번씩 어긋나더라. 호흡이 그렇게 되면서 심박수도 빨라지고, 몸이 안 움직인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서 “그 경기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이었는데 조금 힘이 부친다는 생각을 딱 받았다. 약간 지쳤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돌아봤다. 그 후에도 버티고 버텼지만 결국 시즌 막판에도 체력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했다.

시즌이 끝난 뒤 곰곰이 생각하며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들보다 일찍 시즌을 마친 윤영철은 투구보다는 훈련 위주로 10월과 11월을 보내는 중이다. 구단 트레이닝코치들이 주는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하고 있다. 윤영철은 크게 두 갈래를 이야기했다. 하나는 웨이트, 하나는 유산소다. 두 가지를 모두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윤영철은 묵묵하게 과제를 해나가고 있다. 이 벽을 넘지 못하면, 더 좋은 성적은 쉽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윤영철은 “캐치볼은 매일 하고 있다. 조금씩 고치고 있는 부분도 있다 보니 공을 아예 놓으면 안 될 것 같다. 공은 꾸준히 던지고 있다. 다만 크게 부담이 안 갈 정도로만 한다”면서 “쉬면서 러닝을 하며 체력 훈련도 한다. 체지방이 조금 있는 편이라 살도 빼고 있다”고 근황을 설명했다.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윤영철은 “2월 오키나와 캠프 때는 잘 던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마음이 편하다”고 씩 웃어 보였다. 무엇보다 가야 할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 다른 동기부여다.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와 그리고 11월 마무리 캠프는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하지만 윤영철의 위상은 크게 바뀌었다. 당시에는 선발 한 자리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선배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하지만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며 로테이션을 돌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고, 내년 우선권도 가지고 있다. 윤영철은 그 기회를 영리하게 살리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과거에 잘했던 것은 묻어두고, 앞을 바라봐야 한다고 믿는다.

▲ 윤영철은 2023년은 잊고 새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곽혜미 기자
▲ 윤영철은 매년 자신의 한계를 확장하는 경력을 그리고 있다 ⓒKIA타이거즈

윤영철은 “지나간 과거는 기록으로만 남는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기회가 중요한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하면서 “같은 곳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언젠가는 또 지루함을 느낀다. 조금씩 자기 자신의 한계를 깬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시즌 때보다 운동량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미래를 바라보면 자신의 것을 빨리 만들고 싶다. 되도록 일찍 찾아야 앞으로 롱런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윤영철은 “2년 차가 되니까 지금 잘 만들어놔야 나중에 편하다. 내가 방향을 찾으면 그것만 해도 되는 것이고, 거기서 1~2개만 추가해도 되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찾고 있다. 얻어가는 게 있어야 지루하지 않다”면서 “선배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굉장히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 양현종 선배님도 자신의 루틴을 만드는데 거의 9~10년이 걸렸다고 하셨다”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다만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게 다른 어린 선수들과 윤영철을 차별화하는 포인트일지 모른다. 윤영철은 가장 이슈가 되는 구속에 대해서도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고, 아직 몸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구속도 자연스럽게 올라온다고 생각한다. (최)지민이형한테 ‘구속이 어떻게 갑자기 빨라졌느냐’고 물어봐도 다 모른다고 그런다. 어느 순간 자신감이 붙고 몸을 더 세게 쓰고 그러다 보면 확 늘어난다고 하더라. 결국 몸이 다 만들어졌을 때 나오는 것”이라고 순리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한계를 조금씩 확장하는 경력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웨이트 무게, 뛰는 거리를 시작으로 이닝이나 구속 모두 그렇다. 윤영철은 “이 정도를 던져봤으니 내년에는 15이닝에서 20이닝을 더 던진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꾸준히 늘려가겠다. 한 번에 확 하는 것이 아닌 매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다”고 자신의 정의를 설명하면서 “부담감은 없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더 잘 던져보려고 하는 모습, 그리고 과정이 중요하다. 나는 야구 선수가 직업이고 마운드가 내 직장이다.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2024년이 더 기대되는 윤영철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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