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연금개혁, 오직 청년을 위한 것

2023. 11. 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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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부정적 여론 크지만
청년층 손해라는 건 오해
미래 세대에 빚 지지 않고
세대간 불공정 바로잡기 위해
더 늦기전에 개혁 진행해야

연금개혁 논의가 진행되면서 청년 눈치 보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연금개혁에 대한 청년층 여론이 대체로 부정적이고, 연금개혁으로 청년층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연금개혁이 청년층을 손해 보게 하는 것이라면 청년층을 달래기에 앞서 연금개혁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연금개혁이 미래 세대를 희생시켜 기성세대가 연금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한 것이라면 연금개혁은 애당초 불공정하고 부도덕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55년께 소진될 전망이다. 적립기금이 소진돼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면 아예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국민연금제도를 당장 없애고 국민연금을 청산하는 것이 청년 세대에게 유리할까?

먼저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제도의 성격부터 따져보자.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납입하는 보험료는 소득의 9%가 아니고 4.5%다. 나머지 절반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법으로 강제로 부담하게 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가 없으면 근로자는 자신의 노후를 혼자 준비해야 한다. 또 현시점에서 35년 경과되고 있는 국민연금을 청산하려면, 국민연금에 내재된 2000조원 내외로 추정되는 미적립채무 전부를 국가부채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미래 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할 돈이 된다. 연금개혁이 지연돼 발생된 미적립채무를 시원하게 갚으면 좋겠지만, 미적립채무를 갚는 기간에 사는 세대는 자신의 노후를 위한 연금보험료 적립과 과거 미적립채무를 갚기 위한 세금을 이중으로 부담해야 하므로 억울해진다.

세대 간 부양 과정에서 만들어진 국민연금에 내재된 미적립채무는 명시적 부채는 아니므로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없으면 근로 세대는 자신의 부모에 대한 부양 책임을 개별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후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상당수 생계가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 세금을 더 부담할 수 있다.

연금개혁은 미래 세대가 노후에 받을 연금액이 납입한 연금보험료의 원리금 합계액보다는 적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체다. 따라서 연금개혁은 세대 간 불공정성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지, 심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연금은 적립 방식으로 시작했지만 2055년에 적립기금이 소진되면 부과 방식 연금제도로 전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극심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영향이 미래 세대에 오롯이 전가되므로, 적립기금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유지하게 하는 것이 연금개혁 방향이다.

현재 20세인 청년 가입자가 기대수명이 되는 2093년까지 적립기금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연금보험료를 현재 소득 대비 9%에서 15%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연금지급 개시연령을 현재 65세에서 68세로 높이면 된다. 이렇게 개편돼도 연금수익비는 1.23배 내외(2000년생 평균 소득자 기준)이므로 청년 세대에게는 여전히 유리하다. 대부분 연금 선진국이 연금수익비가 1.0배 이하가 되지 않도록 연금개혁을 실시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 청년 세대에게 좀 더 유리하게 연금개혁을 할 여지가 있고, 더 늦지 않게 연금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50세 이상 세대는 연금개혁을 하지 않더라도 기대수명 2054년까지 연금을 수급할 수 있고, 연금개혁을 하면 오히려 받는 연금은 동일한데 연금보험료만 더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금개혁은 오직 청년 세대를 위한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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