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베이조스 밀어낸 시애틀
"시애틀은 1994년 차고에서 아마존을 창업한 이후 저의 고향이었습니다. 이곳에 정말 많은 기억이 있습니다. 제 마음의 일부는 항상 시애틀에 있을 것입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30년 가까이 살던 도시 시애틀에 작별을 고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떠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마이애미는 어릴 때 살던 곳이고, 부모님이 그곳으로 이사하셨으며, 우주 탐사 회사 블루오리진과 가깝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번 결정은 개인적 이유로 보인다. 이미 많은 성취와 부를 축적했고, 머지않은 미래에 은퇴를 바라보는 베이조스가 가족과 가깝고, 날씨가 따뜻한 데다, 부자들 커뮤니티도 형성돼 있는 마이애미를 거주지로 택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사람인 베이조스가 감정적 이유만으로 이사를 결정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베이조스는 세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이주 소식은 워싱턴주 세금 논쟁에 불을 붙였다. 워싱턴주는 지난 3월부터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 매각으로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 이상 차익이 발생할 경우 7%의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에는 없는 세금이다. 워싱턴주에는 억만장자에게 1%의 부유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219만달러(약 29억원)가 넘는 자산에 대해 10~20%를 상속세로 내야 하는 워싱턴주와 달리 플로리다주에는 상속세도 없다.
지난해 660만주, 올해 270만주의 아마존 주식을 처분한 베이조스가 아직 아마존 주식 10억주를 보유 중인 점을 감안하면 이주 배경에 절세 목적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워싱턴주의 자본이득세와 부유세가 '미국 두 번째 부자'를 밀어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세금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부자들에게 사는 곳(주소지)은 중요한 문제다. 베이조스에게 시애틀은 기업을 키우기엔 좋은 곳이었지만, 부를 축적한 후에도 여전히 살기 좋은 곳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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