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감독 "쑥개떡 닮은 이야기, '오징어게임'처럼 시니컬하게 바라봐야"[TEN인터뷰]
[텐아시아=강민경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살짝 담겼다. 간호사가 주인공이 되어 극을 이끌어간다. 여기에 현대인이 앓고 있는 정신 질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표현 방법이 판타지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공감과 위로를 안기는 어른 동화로 완성됐다.
이재규 감독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에 대해 쑥개떡과 같다고 했다.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아도 의외로 맛있다는 것. 손을 대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뜻이다. 자극적인 이야기에 노출된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정신병동'은 천천히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3일 공개된 '정신병동'은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 역)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 실제 간호사 출신인 이라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재규 감독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완벽한 타인' 등을 연출했다. 그는 '힙하게', '눈이 부시게' 등의 이남규 작가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의기투합했다.
이재규 감독은 "개인적으로 일하다가 필름 몬스터라는 제작사를 만들게 됐다. 제작을 같이하는 게 옳을까, 어떤 드라마를 할 수 있겠느냐고 고민할 때 '힙한' 드라마를 하자고 했다. 또 자극되는 이야기, 힐링이 되는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이 세 가지가 기획 기조였다. '정신병동' 원작 연출을 제안받고 원작을 봤다. 우화로 돼 있던 원작을 보고 '영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라고 생각했다. 또 마음의 병을 다루고 있기에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웹툰이 가진 진심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했던 것 중에 서울 시민의 절반은 마음의 병이 있지 않을까였다. 저 역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어쩌면 기획 기조 세 가지 중 한 축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힙하면서도 자극도 되고 위안도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연출을 결심했다. 물론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재규 감독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것을 소위 유난 떤다, 정신력이 약하다라고 하지 않나. 정신 질환과 정신력을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오는 거다. 본인의 병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고 혹은 주변인에게 작은 변화가 올 수 있으면 했다. 우리가 가진 사회적 공감이나 병을 바라보는 스스로 혹은 타인의 인식 문제도 있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치료에 도움 되고 사회적 공감까지 되면 많이 개선 될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혼란이 있지만, 거기에 맞춰서 정신 건강 및 행복 지수가 올라간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역행하고 있다. 약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가 전작인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좀비물을 하지 않았나. 서로 물어뜯고 죽이고 원인도 인간, 해결도 인간이 하는 걸 이야기했지만, 그런 데서 오는 힘듦이 있었다. '정신병동'을 한다고 하니까 마음이 좋았고, 과정도 좋았다"라고 했다.
알고 보니 이재규 감독은 우울증, 공황 장애를 앓았다고. 그는 "저도 우울감이 심했다. 우울증이 있었던 시기가 있고, 공황 장애로 인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집사람이 절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실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더 공감됐다. 저는 (공황 장애를 앓을 때) 온몸에서 피가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아픈 사람들이 보는 게 도움이 되나, 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고 하기도 한다. 오히려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관찰자로 보면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만 괴로운 게 아니었구나, 다른 사람들도 힘들고 괴로웠다고 느낄 수 있다. 동병상련이라고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재규 감독의 경험담이 들어갔기에 '정신병동' 속 표현들은 섬세했다. 이재규 감독은 "왜곡 없이 아주 현실적인 병동의 느낌을 주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는 많은 사람이 이 이야기에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가뜩이나 정신병동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데, 어떻게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화적인 느낌인 원작처럼 우리도 어른들을 위한 현대 동화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시각화한 아이디어는 제가 한 것들이 많았다. 작가님들의 글에 있었던 연출적인 아이디어가 있기도 했다. 구현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전문 스태프들이 도와줬다"라고 밝혔다.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냈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던 이재규 감독. 그는 "걱정이 있었다. 의료진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중요했다. 대본 기획 단계부터 자문하고 대본을 쓴 다음에 또 자본을 구했다. 의학적으로 잘못됐다거나 의학적으로 위험 요소가 있지만 드라마상 극적인 부분을 충분히 분류했다. 의학적인 장면이 있는 경우에는 정신병동 의료진이 촬영 현장에 상주했다. 오류를 최소화하려고 했다. 의학적으로 완벽하면서도 드라마적 재미가 없으면 안 되니까 접점을 차려고 했다"라고 짚었다.
이재규 감독은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려고 한 건 절대 아니다. 혹시 내가 아픈데, 감기 걸린 거면 누구나 인지할 수 있다. 집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고 쉬든지, 거기에 대해 처방을 하지 않나. 그런데 마음의 병, 정신 질환은 쉽게 접근을 못 하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그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만들면서 기대도 됐고 힐링이 됐다. 어딘가에서는 도움을 받고 위로받았으면 하는 게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갈등이 세고 자극적인 이야기는 시청자가 많이 모이는 걸 피할 수 없다. 갈등을 어떻게 더 세게 가지고 갈지 고민도 하고, 멜로도 더 세게 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으려고 했다. 제가 '정신병동'은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본 사람들은 전혀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재밌다는 표현이 많이 나와서 기쁘다. 우리 이야기는 선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동화적일 정도로 따뜻하다. 그런 시선이 필요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처럼 시니컬하게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기도 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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