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조 투자 '걸림돌' 싹 치워준다 … 하남 '더 스피어' 2025년 첫삽
규제 풀고 행정절차 대폭 단축
막혔던 투자 조속한 재개 도와
하남 '더 스피어'에 패스트트랙
인허가 42개월서 21개월로 뚝
사우디 9.3조 투자한 울산 산단
법 개정해 야적장 등 용지 지원
정부가 총 46조원 규모, 전국 18개 투자 프로젝트에 맞춤형 행정 지원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 조속한 경기 반등, 성장 잠재력 확충을 꾀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8일 정부가 발표한 '기업 투자 프로젝트 가동 지원 방안'은 △인허가 등 행정절차 패스트트랙 추진 △투자 관련 규제·여건 개선 △사업분쟁 조정·중재 세 가지로 구성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시급하고 투자 파급효과가 큰 18건, 최대 46조원 규모 사업에 맞춤형 지원을 통해 지체·보류되고 있는 투자는 조속히 재개되도록 하고 계획된 투자는 당초 일정대로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총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에 들어설 '더 스피어'에 대한 지원은 행정절차 패스트트랙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다. 이 사업은 통상 절차를 거치면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평가원의 구상·타당성 평가 10개월 △국토교통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12개월 △경기도의 도시개발지역 지정 10개월 △경기도의 각종 영향평가와 인허가 10개월 등 42개월이 소요된다. 이는 미국 회사 스피어가 투자를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국토부와 경기도가 관련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총동원해 행정 소요기간을 절반으로 줄여주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추진된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9조3000억원 규모 석유화학시설 건설 지원도 정부가 나서서 관련 규제 개선을 추진하는 사례다. 산단 용지에 석유화학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일평균 1만1000명이 투입되는 직원용 주차 공간과 기자재를 쌓아둘 공터가 필요한데 해당 기업은 이 용지를 임차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산업집적법상 산업 용지는 미분양 상태이거나 공장이 착공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임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진명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은 "정부는 산단 안에서 즉시 임대 가능한 여유 용지를 탐색해 협의 후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 방안이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집적법을 내년 상반기까지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마사회가 경북 영천에 추진 중인 경마공원 건립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세 감면 한도를 늘려주기로 했다. 경북도는 경마공원 유치 단계에서 마사회에 영천경마공원 개장 후 30년간 레저세를 50% 감면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방세 감면 규모 총량은 지방세특례제한법으로 제한돼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고시를 개정해 영천시와 같은 인구 감소 지역 역점사업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별 지방세 감면액 총량에 더해 추가로 감면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전남 영광·완도·신안에서 건설을 추진 중인 해상풍력사업을 위해 지방공기업의 출자한도 제한도 늘리기로 했다. 지방공기업인 전남개발공사는 현재 이들 해상풍력사업에 대한 출자에 제한이 걸린 상태다. 지방공기업법상 지방공기업이 다른 법인에 출자할 수 있는 한도는 공사 자본금의 10%까지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해당 법 시행령을 내년 상반기까지 개정해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에 필요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지방공기업 출자한도를 자본금의 25%로 확대하기로 했다.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와 연계한 세계적 미술관 분관 설립도 1년 이상 단축된다. 통상적인 절차를 거치면 2025년 3월께 행정절차가 모두 완료된다. 하지만 정부는 엑스포 시작일인 2030년 5월 1일 이전에 개관·홍보하기 위해 내년 1분기까지 행안부의 지방재정투자심사, 부산시의 공원 조성계획 변경을 모두 마무리 짓기로 했다.
2차전지 산업 관련 공장 설립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청주 오창2공장, SK온 충남 서산 제3공장 신축과 관련해 위험물 관리기준을 따로 만들어 업체 부담을 줄여준다. 지금은 위험물을 일부 장소에서 소량만 취급해도 공장 건물 전체에 일률적으로 위험물안전관리법상 규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2차전지 제조공정의 특수성을 감안해 위험물 일반취급소에 대한 특례규정을 만들어 소방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사업비도 줄일 수 있도록 조치했다. 2곳에서 발생하는 투자만 2025년까지 1조9000억원에 달한다.
포항 2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내 일부 용지는 2차전지 업종 입주가 제한되고 있어 산업단지계획, 관리기본계획을 바꿔야 하는데 9개월이나 걸리는 기간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차전지 공장이 신속하게 들어설 수 있도록 절차를 최대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경기 김포 한강시네폴리스 산업단지에 데이터센터 입주도 허용된다. 111만㎡(약 34만평) 용지에 조성되는 산단은 계발계획상 방송업·통신업 관련 기업만 입주할 수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방송, 콘텐츠, 데이터센터' 패키지 투자를 원한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데이터센터 산단 입주를 허용하는 방안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포시가 지방산업단지계획 심의위원회를 거쳐 산업단지계획을 바꾸면 데이터센터가 산단에 입주할 수 있다. 국토부는 다음달 조정위원회 3차 회의를 열고 내년 1월에는 본회의를 열어 데이터센터 산단 입주를 허용하는 산업단지계획을 의결할 방침이다.
[이윤식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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