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 감독이 직접 밝힌 '키리에의 노래' 비하인드···'동일본 대지진'→'라스트 레터'
"노래가 사람 인생을 바꾸기도 하잖아?"
재난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게 만드는 노래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 '키리에의 노래'(감독 이와이 슌지)가 한국 극장가를 찾아왔다. 지난 3일 '키리에의 노래' 홍보차 한국을 찾은 이와이 슌지 감독은 3일간 쉴 새 없는 홍보 활동을 소화하며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왔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본격적으로 펜 든 이와이 슌지 = '키리에의 노래'는 재난이 지나간 자리에 살아남아 삶을 이어가는 세 인물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말하는 법을 잃고 길거리에서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 꿈과 이름을 잃고 방황하는 잇코(히로세 스즈),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의 인생이 잔잔하게 담겼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개인적으로 많은 감정의 변화를 마주했다. 지진 발생 지역인 센다이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기에 대지진의 아픔을 온 몸으로 느꼈다고 한다. 이 변곡점은 그에게 창작의 영감을 줬고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재난을 중심에 둔 '키리에의 노래'의 기본 서사를 구성하게 만들었다.
◇'라스트 레터' 속 소설이 확장된 '키리에의 노래' = '키리에의 노래'는 이와이 슌지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일본과 중국의 합작 영화 '라스트 레터'(2020)와 연결돼 있다. '라스트 레터'는 편지를 통해 전하지 못한 첫사랑의 기억과 마주한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친언니 미사키(히로세 스즈)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동창회 모임에 참석한 유리(마츠 다카코)를 본 동창들이 유리를 미사키로 착각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애틋한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냔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라스트 레터'에 등장하는 소설을 확장시켜 '라스트 레터'의 속편을 만들고자 했지만 그 소망을 실현하진 못했다. 대신 그는 소설 속 인물만을 따와 '키리에의 노래'를 완성시켰다. 시골에서 올라온 뮤지션과 그의 매니저를 맡는 다른 여자아이의 이야기에 여러 요소들이 덧붙여지며 현재의 '키리에의 노래'가 구성됐다.
◇키리에, 사실 노래 못했다? 캐릭터 설정 비하인드 = '키리에의 노래'에는 키리에를 비롯해 재난의 상처를 입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실 키리에는 첫 구상 단계에서는 노래를 잘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 아이유'라 불리는 유명 그룹 비쉬(BiSH)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아티스트 아이나 디 엔드의 합류로 그의 영화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키리에는 노래를 잘 하는 인물이 아니었지만 아이나 디 엔드의 풍부한 재능을 본 이와이 슌지 감독은 전면에 키리에를 내세우기로 결심했다. 결과적으로 아이나 디 엔드는 영화에 등장하는 곡 중 여섯 곡을 직접 쓰기도 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OST에 혼을 갈아 넣은 이와이 슌지 감독은 개인적으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영화의 시작과 긑에 나오는 '사요나라'를 꼽기도 했다.
이외에도 마츠무라 호쿠토가 연기한 나츠히코 역 또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학창 시절 만난 친구에게서 모티브를 따 탄생된 캐릭터다. 실제 인물은 영화에 나온 같은 동네에 살았으며 의사 집안에서 자랐다. 대학 입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그는 나츠히코처럼 의사가 됐지만 현재 뇌졸중을 겪은 이후 몸이 안 좋아져 요양 시설에 들어가 있다고 한다.
◇'러브레터', '라스트 레터', '키리에의 노래', 차기작은? = "오겡끼데스까(잘 지내십니까)"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킨 이와이 슌지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그만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정을 생생하게 전하는 연출 방식을 선보였다. 이와이 슌지 표 영화에 매혹된 팬들의 저력이었을까, '키리에의 노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개봉 3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하며 영향력을 보여줬다.
많은 이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애틋하게 다룬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놀랍게도 차기작은 멜로물이 아니며 전작들과의 연결고리도 없다. 그는 최근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집필 중이며 영화화를 목표로 현재 작업 중이라고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새까맣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운 내용"이며 전작들과는 다른 매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전혀 다른 컬러의 작품에 도전하는 이와이 슌지의 도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지은 기자 jea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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