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이슈선점 밀리자 …"불로소득 대기업에 횡재세 더 매기자"
尹정부 은행권 과세 움직임에
국회 토론회서 "법제화해야"
메가서울·공매도 與 선점에
대기업 때리기로 여론몰이
전문가 "부담금 형식이 적절"
IMF도 "시장왜곡" 반대 의견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대출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은행권을 잇따라 비판하면서 정치권의 '횡재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여당의 스탠스에 변화가 생기자 그동안 단발적으로 횡재세 도입 목소리를 내온 야당이 정식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리자고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이자로 배를 불린 은행의 과도한 이익을 환수해 취약계층에 돌려준다는 개념은 야권이 총선용 정책으로 쓰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김포시의 서울 편입, 공매도 금지 등으로 정국 주도권을 뺏긴 더불어민주당에는 그냥 버릴 수 없는 카드로 보인다.
8일 민주당이 '한국형 횡재세 도입' 토론회에서 우선 타깃으로 삼은 업종은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최대 실적을 낸 정유업계와 은행권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미 한국형 횡재세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며 "국민의 고통을 담보로 막대한 이익을 낸 기업에 최소한의 고통 분담을 함께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횡재세 도입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 한시적으로 고통 분담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미 범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올해 초에도 난방비와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국민이 어려움을 겪자 횡재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만 당시에는 당 차원에서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정부의 지원 대책을 촉구하는 압박용으로 활용된 측면이 컸다. 이번에는 정부·여당에서 은행권의 이자 수익에 대한 비판 메시지가 강하게 나오자 민주당이 이를 포착해 횡재세 여론몰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책위에서 입법을 위한 구체적 검토에 나서는 등 횡재세 법제화를 위한 최적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은행들의 성과급 지급을 '돈 잔치'에 비유한 바 있다. 최근에는 소상공인이 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고통받는 것을 두고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횡재세 도입에 대해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중과세 논란은 물론이고 초과이익의 정의를 내리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이 발의해놓은 횡재세 법안을 보면 초과이익의 기준이 모두 제각각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초과이득세를 신설하고 초과이득 계산법에 따라 나온 과세표준에 50%의 법인세율을 적용했다. 이성만 무소속 의원은 유류세를 인하했을 때 직전 3개 연도 대비 5억원 이상 초과이득이 발생하면 해당 소득에 20%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과세표준이 3000억원을 초과하는 모든 대기업을 대상으로 직전 3개 연도 평균이익의 2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20%의 법인세를 추가로 부담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이상 상승하면 20%를 넘는 초과이익의 10%를 서민금융 재원으로 출연하도록 했다.
양 의원안에 대해서는 토론회에 참가한 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도 "반도체 산업이 회복해 반도체를 많이 팔면 횡재세를 내야 한다"며 "혁신에 의한 초과이윤까지 횡재로 보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횡재세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투자자의 투자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시장을 왜곡할 수 있고, 항구적 세금보다 세수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훈 호서대 교수는 "입법에 문제가 없더라도 납세자의 조세 예측 가능성이나 조세정책의 신뢰성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이뤄진 행위에 대해 과세하면 조세의 유도적 기능은 현저히 저하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세금보다는 부담금 형태의 횡재세가 더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 교수는 "입법의 안정성 측면이나 제도의 유연성 측면에서 조세보다는 부담금 형식이 바람직하다"며 "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 충당 목적이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에만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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