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 환율 관찰대상국서 빠졌다
관찰대상국가로 지정" 발표
한국은 지정 7년만에 첫 제외
美 감시망 벗어난 외환당국
원화값 방어 여력 높아져
한국이 미국의 '환율 감시망'인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처음으로 빠졌다.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와 함께 외환당국으로서도 원화값 안정 조치에 숨통이 트였다. 다만 수출이 회복돼 경상수지 흑자가 늘면 재차 미국 감시망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재무부는 7일(현지시간) 한국과 스위스를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빼고 중국, 독일, 베트남 등 6개국을 넣는 내용을 담은 2023년 하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상반기와 비교하면 한국과 스위스가 빠지고, 베트남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한국이 관찰대상국에서 빠진 것은 무역촉진법이 발효된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1988년 제정된 비슷한 법(교역촉진법)을 통해 그 이전에도 환율 감시에 나섰지만 세부 기준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찰대상국을 잡아내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미국은 2015년 무역촉진법을 만들면서 자국을 상대로 장사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벌어가거나 환율 안정에 개입하는 정도가 특정 수준을 넘어서는 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교역 규모 상위 20개국의 거시·환율 정책을 반기별로 평가해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나 심층분석국으로 지정한다.
세부적으로 △대미 무역흑자 15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 대비 전체 경상수지 흑자 3% 이상 △외환당국 환율 방어 과정에서 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 이상이면서 최근 12개월 중 8개월 이상 개입한 경우를 따진다. 이 중 두 가지에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되고, 세 가지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 대상이 된다.
관찰대상국에 올랐다고 해서 받는 제재는 따로 없다. 하지만 심층분석 대상이 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미국 기업 투자가 제한된다. 이 때문에 평가 대상국들은 외환정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 감시망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한국은 최근 7년간 세 가지 조건 중 두 가지를 충족해 13차례 연속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역 부진이 심해지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회 연속 GDP 대비 0.5%를 기록해 이번에 처음 발을 빼게 됐다. 강달러에 원화값 하락이 심해지자 외환당국이 달러를 사들일 요인이 적어지며 외환시장 개입 정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 것도 관찰대상국에서 빠진 요인이다.
외환당국은 올 들어 원화값이 추락하자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내다 팔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화값 하락을 막기 위해 21억달러를 썼는데, 2분기 들어서는 59억7300만달러로 투입 금액이 대폭 늘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표상 관찰대상국 제외 요건을 충족했더라도 외환정책이 불투명하고 환율 조작 우려가 있었다면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 외환정책이 투명하고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점을 평가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재부와 한은은 외환시장 개방에 대비해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내놨다. 외환당국은 내년 7월부터 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연장되면서 연장 시간대에 국내 은행에도 역외차액결제선물환전자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김정환 기자 / 뉴욕 윤원섭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1억이면 벤츠 대신 카니발”…하차감 끝판왕, 진짜 ‘성공하면 타는 車’ 됐다 [왜몰랐을카] -
- 고작 인구 ‘80000명’인 나라가 어떻게...올해 최고의 유럽 관광마을에 선정된 배경 - 매일경제
- 이동욱도 다녀간 ‘이곳’…국내서 2만원에 일본 여행 하는 비법 - 매일경제
- “돈 많이 벌었으니 내라”…여야 다 꺼내든 이 세금, 어찌하오리까 [김혜진의 알쓸경법] - 매일
- 자영업자는 울겠네…“살림살이 팍팍하면 ‘이것’부터 줄일래요” - 매일경제
- “여보, 우리 빚 다갚지 않았나요”…추가대출 ‘이것’ 때문에 거절, 아시나요? - 매일경제
- ‘짝퉁’인줄 알았는데 애플 긴장시켰다…중국 스마트폰의 반란 [박민기의 월드버스] - 매일경
- 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2024 꼭 가봐야 할 여행지 29’…한국은? - 매일경제
- 길게 말고 짧게...올 겨울에도 ‘얼죽숏’ 유행 예감이라는데 - 매일경제
- ‘호화 군단’ 클린스만호 인기 대박, 싱가포르전 열리는 6만 6000석 상암벌 가득 찬다…전석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