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다음은 공매도” 여당발 ‘깜짝’ 정책···시민들 “민생이 장난이냐”
정부·여당이 ‘김포 서울 편입’에 이어 ‘공매도 6개월 금지’ ‘일회용품 규제 완화’ 정책을 꺼내든 것을 두고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해 대중의 투기 심리와 욕망을 자극하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졸속으로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송언석 국민의힘 예산특위 간사가 같은 당 의원에게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 6일 곧바로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에 코스피는 첫날 전례 없는 상승 폭을 기록했지만 7일 급락한 데 이어 8일에도 전일 대비 하락했다. 급작스러운 정책 발표로 인해 시장이 널뛰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등지에서 만난 시민들 중에는 ‘공매도 금지’와 ‘김포 서울 편입’을 총선용 표끌이 정책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이모씨(28)는 “공매도로 첫날 주가가 급등한 지 하루 만에 들고 있던 종목이 마이너스 6%를 찍었다”며 “김포 다음엔 공매도다, 라는 문자를 봤는데 내 자산이 문자 한 통에 놀아나는구나. 내가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개, 돼지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전까지만 해도 공매도 제도 손질에 미온적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번 결정이 총선용 졸속 정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여의도의 한 증권회사에 다니는 펀드매니저 성모씨(49)는 “공매도 측면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잘못한 건 맞다”면서도 “그래도 시스템상으로 고쳐 가야지 이렇게 규제부터 하는 건 졸속”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로 첫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한 2차전지 주식종목 토론방에선 “윤석열 만세”라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다가 주가가 전일 대비 마이너스 14.20%를 기록한 이날엔 “이게 나라냐” “끝없이 추락한다”는 악평이 올라오는 촌극이 벌어졌다. 엑스(구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주식 시장이 코인판, 강원랜드가 됐다”는 말이 나왔다.
7년 차 개인투자자 박진섭씨(26)는 “1년 내내 주식이 떨어졌는데, 공매도 금지를 하면 잠깐 반등할 수는 있겠다”며 “개미들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은 단비를 위해 시장을 파괴해버리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봤을 땐 개미들을 죽이는 정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 때까지 주식이 오르기만 한다면 여당표는 확보된 거라 보고 시행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모씨(28)는 “김포 서울 편입부터 공매도까지, 여당이 결론부터 던진다는 인상”이라며 “굳이? 지금 왜? 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근거로 이 논의를 시작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 천모씨(23)는 “김포시 서울 편입에선 서울시 과밀화나 지역 인구 유출과 관련된 논의가 없었고, 공매도 금지는 부진한 주식시장 부진에 불만인 개미투자자 표를 받아먹으려는 속셈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해외투자자 유출이나 주식 종목 일부 과열시 해결책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여당의 이슈성 ‘정책 몰이’로 정작 필요한 논의가 묻힌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곽준규씨(29)는 “연금개혁같은 굵직한 의제는 건드리지 않고 얕은 수를 쓰는 것 같다. 너 ‘김포 살아도 서울 사는 거야’ ‘너도 주가 오르길 바라잖아’라고 부추기는 게 맞나 싶다”면서 “욕먹기는 싫고 티는 낼 수 있는 정책만 내는 듯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포퓰리즘성 정책 발표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장기적으로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을 충분한 논의 없이 쇼하듯이 발표한 것은 정책 신뢰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중요한 문제들이 정치 의제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매표에 가까운 정책으로 뒤덮이고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매도 금지는 합리적 절차를 밟지 않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보다는 준비가 돼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면서도 “모두 선거를 앞두고 급작스럽게 제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혼란을 부추기거나 설익은 정책을 즉흥적으로 냈을 땐 유권자들이 날카롭게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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