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줄기세포학회장의 꿈…"세계 최초 'IPS 헌팅턴 치료제' 개발"

박미리 기자 2023. 11. 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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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환 아이피에스바이오 대표 인터뷰
한국인 40% 면역거부반응 없는 IPS 확보
"100% 유전+30~40대 발병 헌팅턴병 치료"
2025년 하반기 韓 1상 시험계획 제출 계획

"세계 최초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이용한 헌팅턴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제 꿈입니다."

송지환 아이피에스바이오 대표는 8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아이피에스바이오는 차의과대학 줄기세포 연구교수이자, 1500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하는 한국줄기세포학회의 제11대 회장(임기 2021년부터 1년)을 지낸 송 대표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성·퇴행성 질환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2019년 창업한 회사다. 그 만큼 줄기세포 분야에 전문성을 자신한다.

송 대표는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근원적 방법이 세포 치료제에 있다고 판단했다. 송 대표는 "줄기세포는 자신과 동일한 세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증식), 특정 조건 아래에서 이에 맞는 특정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분화)을 가지고 있다"며 "줄기세포 치료제는 손상된 신경 구조를 기능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은 세포다. 송 대표는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완전히 분화된 세포(체세포)에 유전자 4개를 도입, 배아줄기세포(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 가능)와 같은 원시 상태의 세포로 만든 것"이라며 "배아줄기세포처럼 200여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아줄기세포는 만드는 과정에서 배아(수정란)를 파괴할 수밖에 없다는 윤리적 문제가 있지만(불필요한 세포가 유입되면 안전성 문제가 생길 수 있음), 유도만능줄기세포는 피부, 혈액 등 체세포에서 만들어져 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송 대표는 2017년 한국인 약 40%가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유도만능줄기세포(10종)를 확보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국가별로, 인종별로, 또 같은 한국인이어도 개개인별 특징이 각양각색 다르다"며 "마찬가지로 개개인에는 내 조직과 다른 사람의 조직을 구별하는 항원인 'HLA'(인간백혈구항원 하플로 타입)가 있다. 이게 매칭되는 세포를 이식해야 면역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체세포를 얻으려면 본인의 줄기세포나, 타인의 체세포를 역분화해 만든 줄기세포를 이용해야 하는데 두 방안 모두 시간, 비용 등 측면에서 한계가 크다. 하지만 송 대표는 10종의 HLA 타입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확보함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해소했다. 그는 "HLA 타입 세포를 미리 만들어 저장해놓으면 필요한 사람에 적시에, 맞춤형으로 세포를 이식해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며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아이피에스바이오가 난치성 질환 가운데 헌팅턴병을 주목한 이유는 뭘까. 헌팅턴병은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근육 조정, 인지 능력을 저하시키는 질환이다.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과 함께 대표적인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분류된다. 송 대표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은 유전적 요인이 5% 미만으로 주로 65세 이상에서 발병이 되나, 헌팅턴병은 100% 유전으로 30~40대 발병이 된다"며 "사회경제적으로 활동이 가장 왕성할 때로 국가경제적으로도 안좋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직 없고, 대표적인 증상인 무도증(의지와 무관하게 몸이 흐느적거리는 증세)을 잠시 완화하는 약물만 쓰이고 있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무도증을 잠시 완화하는 약물 2종만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았다"며 "이 가운데 두 번째로 승인을 받은 약물은 약가가 비싸 한국에 도입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러한 헌팅턴병을 세 가지 형태의 치료법으로 정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세포치료제를 주축으로 유전적 치료, 약물요법을 붙이는 형태다. 송 대표는 "환자 입장에서는 약물요법을 선호할 것으로 보이지만 약물 단독으로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진 않는다. 유전적 치료도 마찬가지"라며 "향후엔 세포치료제와 약물을 병행하는 방식이 정착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글로벌 컨소시엄에 참여 중이라 글로벌에서 임상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갖춰져있다"며 "약물의 경우도 FDA에서 승인을 받은 약물을 대상으로 용도 변경을 추진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속도와 안전성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비임상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후보 약물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단 헌팅턴병 세포치료제는 2025년 하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을 신청하고, 2026년 2분기 임상 1상을 개시하는 게 목표다. 송 대표는 "헌팅턴병이 희귀질환이고 국내 환자 수가 적어 국내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할 생각"이라며 "이를 염두에 두고 1상이 완료되는 시점, 글로벌 빅파마와 같이 진행하는 것(기술이전)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했다. 또한 약물의 비임상 효력시험 자료는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역시 이를 기반으로 기술이전 등 논의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헌팅턴병 치료제 임상을 진행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창업을 했다"며 "이 분야에서 제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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