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가짜뉴스 심각성 환기 … '의대 쏠림' 대안 아쉬워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2023. 11. 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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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9~10월 보도 평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신문 독자위원회 정례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미경·조성진·황혜영·송재용·봉욱 독자위원. 이충우 기자

매일경제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9~10월 보도된 매일경제 기사와 매경이코노미·매경럭스멘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봉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조성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주부 황혜영 씨가 참석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자극적 내용으로 점철되기 쉬운 전쟁 관련 보도를 경제적 관점에서 냉철하게 분석한 것이 돋보였다. '주춤하던 유가 또 치솟나…중동 수입 20%나 늘린 한국 '불안''(10월 9일자 A4면 보도)은 과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이 벌어졌던 시기의 유가 상승률에 대한 분석을 인포그래픽으로 명료하게 보여줬다. 에너지 외에도 반도체와 유통,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전문가 견해와 함께 제공한 것도 인상 깊었다. 다만, 이스라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현지 분위기와 일반 주민들 생각까지 풍부하게 다뤘다면 보다 입체적으로 현 사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 긴축정책 장기화

당초 시장 예상과 달리 장기화하고 있는 미국 긴축정책을 지속해서 보도했다. 물가상승률과 고용통계 등 미국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도 함께 제시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원화가치 하락과 이자 지출 확대, 외화보유액 감소 등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짚어준 것도 유용했다. 그러나 악화한 경제 상황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 정책의 한계점을 분석하고 적절한 대처를 촉구하는 보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김정은·푸틴 밀월

북한과 러시아의 비밀 협상부터 정상회담까지 전 과정을 충실하게 보도했다. 정상회담 배경과 주요 안건, 이에 얽힌 복잡한 국제 정세와 정부 입장을 자세하게 짚어준 것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최근 북한과 러시아 관계에서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중국에 대한 분석은 부족하다고 느꼈다. 중국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외교·안보 전문가 의견과 함께 제시했다면 더욱 풍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지식포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인류에게 미칠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세계지식포럼의 다양한 강연을 통해 균형 있게 독자에게 제시했다. 9월 13일자 A3면에 'AI 만능주의 빠지면 위험…강력해지기 전에 규제할 필요'와 'AI가 예술가 역할 끝장낸다고? 창의력 무제한 터지는 시대될 것'이란 두 기사를 한 면에 묶어 보도한 것이 돋보였다. 그러나 단기간에 세계지식포럼 기사가 쏟아져 소화하기 벅차다고 느끼게 한 것은 아쉬웠다. 콘텐츠를 한꺼번에 싣기보다는 세계지식포럼 이후에라도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제공하면 독자가 더 수월하게 지식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퓨처스쿨 코리아

총체적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 교육이 앞으로 변화해야 할 방향성을 '퓨처스쿨 코리아' 시리즈를 통해 제시했다. 교육 개편을 학교 안 문제로만 한정 짓지 않고,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인력 불균형이 심각한 현 사회 상황을 함께 다뤄 독자가 해당 문제를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시의적절한 문제 제기와 분석에 걸맞은 대안 제시가 남은 시리즈 기사를 통해 이뤄지길 바란다.

전력이 국력이다

'전력이 국력이다' 시리즈는 전력 수요가 폭증한 배경, 국가적 차원의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노력과 한계 등을 연이어 보도했다. 특히 첨단 산업이 급성장하며 세계적으로 전력 확보가 국가의 중요한 과제가 된 상황에서 정치적 갈등에 따라 관련 지원법이 국회에서 논의가 지연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은 탁월했다. 또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면서 언론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다만 전력 확보 측면뿐 아니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국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관한 심층 보도도 이뤄졌다면 보다 입체적 분석이 됐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 단식투쟁·구속영장 기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여야 대립과 관련 보도가 독자가 염증을 느낄 정도로 연일 지면을 채웠다. 사안 자체에 대해선 사실 위주로 간결하게 잘 전달했으나 민주당 분열에 초점을 맞춘 기사가 많았다는 점은 아쉽다. 언론 보도는 독자 생각과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정치적 사안과 관련해선 더욱 균형감 있게 사안을 다룰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논란

국가신인도를 하락시킬 수 있는 중대 사안인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 논란을 지속해서 보도했다. 전임 통계청장들에게 해결책을 물은 '깜깜이 통계 전면 공개하고 민간委 권한 늘려 견제를'(9월 18일자 A4면 보도) 기사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현 정권과 전 정권, 여당과 야당의 대립을 부추기는 듯한 기사는 아쉬웠다. 9월 21일자 A3면에 실린 역대 정권별 경제 성적표는 임기를 이미 다 마친 정권과 1년이 조금 넘은 현 정권을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일반 국민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폭넓게 인터뷰해 보도했다면 독자의 균형 있는 판단에 기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통제 불능 딥페이크' 시리즈는 세계적 문제로 대두한 딥페이크 콘텐츠와 소셜미디어 내 무차별한 가짜뉴스 확산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경제·사회적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다소 생소한 용어가 자주 등장해 기사를 소화하는 데 방해가 됐다는 점은 아쉽다. AI를 활용한 이미지·음성 합성 기술 '딥페이크', 미디어가 제공하는 메시지를 분석·평가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등의 단어는 독자가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용어다. 언론이 앞장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고 적합한 용어를 찾아 순화해야 한다.

주택 공급 활성화

정부의 9·26 공급 대책 발표 이후 전문가들의 부동산 시장 전망과 한계점에 대해 정리해 보도했다. 독자가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기사다. 다만, 대부분의 기사가 주택 가격 상승을 전제로 보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급 물량 확대가 저출산, 고금리 등 주택 수요 감소 요인과 결합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는 기사도 필요하다.

의대 입학 정원 확대

상위권 학생의 '의대 쏠림' 현상이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동시에 의료계 인력 부족 문제는 심화하고 있는 현실을 종합적으로 보도했다. 의대 입학 정원 확대가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 과 전문의를 늘리기 위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청년들이 안정보다는 '도전과 모험'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도 언론이 고민해주길 바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 관련 보도는 희로애락의 순간을 간결하게 표현해 기사에 대한 독자 흡입력을 높였다. 또한 기사마다 중요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함께 보도해 독자로 하여금 대한민국 선수단의 감정을 함께 느끼게 하는 효과를 줬다. 또한 금메달 위주의 자극적 보도에 집중한 일부 언론의 행태를 답습하지 않았다는 점도 칭찬하고 싶다.

기후 섹션

기후변화는 생존 문제이자 동시에 경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등 글로벌 매체는 전문 섹션을 두고 기후 분야를 집중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주요 외신도 기후 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다루는 만큼 매일경제도 전문 섹션을 만들어 보다 깊이 있는 분석 기사를 보도해야 한다.

매경이코노미&매경럭스멘

매경이코노미는 '韓 경제 뒤흔든 고금리 스트레스'(10월 18~24일)에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영향을 복합적으로 다뤄 독자의 폭넓은 이해를 가능하게 했다. 거시경제와 기업에 미칠 영향뿐 아니라 부동산, 주식 등 투자 분야별로 고금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했다. 투자자에게 현실적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었다.

매경럭스멘의 '열 받은 지구 기후 충격'(9월호)은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산업별·국가별 탄소중립 현황을 다뤘다. 특히 글로벌 탄소중립 현황과 한국 현황을 비교한 것이 탁월했다. 우리나라의 위기를 객관적 지표로 설명해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신시장 확대와 기회를 포착한 국내 기업 사례를 함께 제시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박재영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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