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매도 '긴급 타임아웃'이 필요한 이유
필자가 핀테크 기업을 운영할 때의 경험이다. 기본적인 전략부터 시작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고급 거래 전략으로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공매도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필자는 여러 증권회사에 문의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 등이 이미 공매도 가능한 주식을 모두 소진해 필자의 회사에 할당해줄 여력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만약에 공매도를 하고자 한다면 높은 거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해당 증권사들 입장에서야 커다란 외국계 단골 고객들에게 특별하고도 독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게다가 몇몇 증권사는 고객인 글로벌 투자은행의 국내 계열사다(여기서 특별 서비스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라고 하는데 고객에게 증권의 대여, 차입, 중개, 신용공여, 장외파생계약 체결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투자업무를 말한다).
하지만 이는 필자에게 축구를 할 때 공격을 하지 말고 오로지 수비에만 집중하라거나, 권투를 할 때 한 손만 사용하거나, 굳이 게임을 하고 싶으면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착용하고 오라는 것과 같이 불합리한 요구였다.
게다가 해당 불공정 경쟁의 문제는 필자의 회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국내의 다른 개인투자자들과 소형 핀테크 기업들은 물론, 심지어는 상당한 규모의 금융회사들도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이건 경쟁자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며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부의 도움도 받고 운동장 기울기를 이용해 규칙을 어기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앨빈 로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시장 디자인 분야의 공로로 201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로스 교수에 따르면 부실하게 설계된 시장에서의 경쟁은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공매도 규제와 관련해 한국의 자본 시장은 설계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이 상태에서 게임을 계속하며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따라서 심판은 경기를 잠깐 중단시키고, 일부 선수에게는 레드카드를 주고, 훌리건들을 제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장의 디자인도 재고해야 한다. 즉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잘못된 규칙도 수정해 공정한 경기가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 현실을 보면 필자의 경험은 약과다. 2023년 기준 전체 공매도 거래액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67.9%에 달한다. 2015~2023년 외국인의 공매도 누적액은 451조3900억원으로 국내 기관과 개인을 합한 액수의 두 배가 넘는다. 이는 거래액에 불과하고, 이익이나 손해를 파악하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해질 것 같다.
이번의 일시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장을 리셋하고 디자인을 향상하는 날카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시장 디자인은 효율성뿐만 아니라 분배의 정의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한국의 자본시장이 발전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불법과 무차입 공매도를 근절하기 위한 단기적 외과적 수술이고, 시장 디자인의 문제점을 신속 해결한 후 공매도를 다시 허용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선수들인 글로벌 투자자들과도 소통해야 한다. 일류 선수들일수록 좋은 잔디의 평평한 운동장과 규칙이 엄격한 경기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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