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엄중조치” 공언했지만···뉴스타파 제재할 방법 없었다

김기범 기자 2023. 11. 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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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신학림-김만배 인터뷰’ 허위·조작”
전례 없이 인터넷 언론 심의까지 강행 불구
통신소위 “삭제·접속차단 등 적절치 않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머릿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뉴스타파의 ‘신학림-김만배 인터뷰’ 보도가 허위·조작됐다며 전례 없이 인터넷 언론 심의까지 강행했지만 직접 제재를 하지 못했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는 8일 회의를 열고 뉴스타파에 대해 삭제 또는 접속차단 등의 시정요구는 적절치 않다며 관할 지자체에 심의 결과를 통보하고 신문법 위반사항의 검토를 요청키로 했다.

앞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9월4일 국회에서 뉴스타파 해당 보도에 대해 “중대범죄행위, 국기문란”이라며 방심위 등에서 “엄중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방심위는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해 보도한 KBS, JTBC, YTN 등을 중징계했다. 그러나 정작 첫 보도를 한 뉴스타파는 제재하지 못했다.

방심위는 ‘가짜 뉴스’를 근절하겠다는 명분으로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 언론 심의에 나섰지만 실효성 있는 조처를 할 수가 없었다. 신문법 위반 사항 검토를 서울시에 요청하면서 공을 넘기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었다.

방심위는 “뉴스타파의 인터뷰 내용이 악의적으로 편집·조작된 허위정보임에도 여전히 유통되고 있어 사회혼란 야기 우려 등의 소지가 있고, 올바른 여론 형성을 해야 할 언론이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았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12조에 따르면 방심위가 뉴스타파에 적용한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하는 정보, 즉 ‘유해정보’에는 ‘해당 정보의 삭제 또는 접속차단’ ‘이용자에 대한 이용정지 또는 이용해지’ 등의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여당 추천 방심위원들은 뉴스타파 인터뷰가 사회혼란 정보로서 시정요구를 할 수 있는 내용에 해당하지만 해당 기사를 차단하거나 삭제하는 것의 실익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원문과 인용보도 등이 인터넷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뉴스타파 보도만 삭제한다고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접속 차단 조치는 통신사업자에게 요구하게 되는데 통신사업자가 인터넷 언론을 차단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있어 더욱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야당추천 윤성옥 위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방심위가 인터넷 언론에 대해 강제력이 없고, 시정 요구를 할 수도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며 “(뉴스타파에 대해) 아무 조치도 못 하고 끝낼 수는 없으니까 체면을 더 구기기 전에 서울시에 떠넘기고 이번 사안을 접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보도 정보 2건에 대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에 신문법 위반사항 검토를 요청한 8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에 언론 자유 손펫말이 붙어 있다. 문재원 기자

신문법에 따라 서울시는 등록취소심의위원회를 거쳐 뉴스타파에 등록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 가짜 뉴스 규제 근거가 없어 방심위 요청만으로 서울시가 뉴스타파 등록취소를 강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문법상 등록취소 요건은 대체로 등록절차와 방법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방심위가 급한 대로 서울시에 뉴스타파 제재 문제를 넘겼지만 인터넷 언론 심의의 법적 근거, 통신소위 구성 문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위원은 “가짜 뉴스든 허위 정보든 방심위가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무리하게 규제를 하려고 나섰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통신소위가 위원 2인의 결원으로 3인 체제로 운영되는 동안 의결은 전체합의로 해야 하지만 현재 여권 위원들이 다수결로 의결을 하고 있어서 정당성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방심위가 법률상 근거도 없이 관련 기관의 재량으로 (인터넷 언론을) 규제하려는 것은 직권남용”이라며 “명백히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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