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쇼", "우리도 행정통합"…與 단체장들, '메가서울' 온도차
"해당 지역 문제일 뿐" 메가시티 추진했던 부울경은 '거리 두기'
(전국종합=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쏘아 올린 '메가시티 서울'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과 관련,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메가서울 구상이 지방에 미칠 여파를 기대하거나 우려하는 전망부터, 이 구상 자체가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냉소도 있다.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 특정 지역에 국한된 행정구역 조정 문제 정도로만 치부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이 구상과 상관없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같은 정당 소속의 단체장들도 지역별 이해관계와 개인적 철학에 따라 메가서울 추진을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각이다.
"정치 쇼", "떴다방 연상", "지방분권 우선"…날 선 비판 잇따라
메가서울이 현실화하면 직접 영향권에 드는 인천시의 유정복 시장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안과 관련, 실현 가능성 없는 정치 포퓰리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자, 국민 혼란만 일으키는 정치 쇼"라며 "지방행정 체제 개편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협력이 요구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국민 의견 수렴이 필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에 '아니면 말고' 식의 이슈화는 국민 혼란만 초래하는 무책임한 일"이라며 "이번 편입 구상은 어떤 자치단체와도 협의가 없었고, 수도 방위나 재정 지원 측면에서도 검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시대 추진에 역행하는 '서울특별시 공화국'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 시장은 김포와 깊은 인연이 있다.
1994년 만 36세 나이에 관선 김포 군수로 임명돼 전국 최연소 군수가 됐고 1998∼2002년 김포시장을 지낸 뒤 2004년부터 17대·18대·19대 3선 국회의원을 김포에서 지냈다.
당에 대한 쓴소리를 가감 없이 내놓는 홍준표 대구시장도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홍 시장은 지난 7일 "김포시의 서울 편입론은 반짝 특수나 노리는 떴다방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선거는 정도로 우직하게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라며 "내년 3월쯤 그런 떴다방 정책을 추진했으면 모르되 총선까지 6개월이나 남았는데 시대에 역행하는 떴다방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메가서울 구상 자체를 내년 총선용으로 평가 절하한 것이다.
홍 시장은 지난 1일에도 페이스북에 "이미 메가시티가 된 서울을 더욱 비대화시키고 수도권 집중 심화만 초래하는 서울 확대 정책이 맞느냐"라고 비판한 바 있다.
충청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8일 페이스북에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현실 인식"이라며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당론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는 "지방분권의 핵심은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어떻게 '리쇼어링' 하느냐 하는 문제"라며 "수도권 인구 2천500만명 중 우선 강원, 충남·북, 영호남에 200만명씩 총 600만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지방 메가시티 조성이 우선"이라며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며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청사진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메가서울 바람 타고 "우리도 메가시티" 목소리 높여
메가서울 구상에 반대하지 않으면서, 지방의 행정구역을 통합해 메가시티화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충청, 호남,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 통합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도권 빨대 현상을 타파하고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 도시를 더 확장해서 수도권처럼 교육, 문화, 의료, 교통 시설을 완벽하게 갖춰 원심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성, 정체성이 같은 충청, 호남, PK, TK 통합을 메가시티 서울과 함께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메가시티 서울은 도쿄, 베이징, 뉴욕 등 세계적 도시들과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지방 메가시티들도 자족 능력 확대로 국내 균형발전, 세계 도시들과의 경쟁력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대전과 세종을 통합하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나아가 충남, 충북까지 충청권을 하나의 지방정부로 묶는 작업이 아주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시장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과 관련해서는 "김동연 경기지사의 과욕으로 발생한 문제"라고 비판해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발언은 "경기북도를 추진하지 않았으면 이런 발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동연 지사에게 책임을 넘긴 김병수 김포시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취지로 나왔다.
"해당 지역 문제일 뿐"…부울경에선 논란과 거리 두려는 신중론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는 메가서울 구상에 대한 가치 판단을 유보하며, 논란과 거리를 두려는 시도가 읽힌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기존 추구했던 메가시티와 서울의 메가시티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며 "지역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메가서울 문제와 부울경 메가시티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부울경 차원의 행정통합은 울산으로서는 실익이 없어 거론할 사안이 아니며, 메가서울 구상은 해당 지자체 사정에 따라 추진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박완수 경남지사의 입장 표명이 없이 '메가시티 논란에 대한 경남도 입장'이라는 자료로 대신했다.
도는 이 자료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 논의를 수도권 행정 재배치 문제로 국한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법'에 따른 행정통합 등 관련 절차에 따라 해당 지자체 사이에 협의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슈에 편승해 부산 일부 정치인이 주장한 김해·양산시와 부산시의 통합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진태 강원지사도 "메가시티가 지역민들이 원하는 이슈이면 좋은 방안을 논의하는 것 나쁘지 않다"며 "그러나 지방시대라는 흐름은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김준범 최은지 김연정 이덕기 김소연 이승형 이정훈 전창해 이해용 오수희 허광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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