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美 넘고 스마트폰 시장 2위로… 삼성전자 “인도 시장 1위”에 사활
4월 유엔(UN)인구기금의 안드레아 워즈나르 인도 대표는 인도 인구가 중국을 넘어섰다고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인구 14억2862만 명을 기록하며 중국(14억2567만 명)을 앞질러 처음으로 인구 1위 국가에 올라서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1년 인도의 경제활동인구가 9억 명을 넘어섰고 2030년에는 1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1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삼성전자와 미국 애플도 인도에서 정면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 거대 시장 잠재력 터트리는 인도
인도는 특히 탈(脫)중국 흐름에 올라탄 기업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대체지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기준 애플 아이폰이 가장 많이 팔린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 순이었다. 그리고 인도가 프랑스와 독일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톱5’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다.
인도 현지 매체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2023년은 인도와 애플에 특별한 해”라며 “팬데믹 전 인도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4% 수준이었던 프리미엄폰(400달러 이상 기준) 시장 비중이 최근 10%까지 늘었다”고 했다.
기존에는 ‘인구가 많아도 값싼 물건만 팔린다’는 인식이 강했던 인도 시장이 과거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프리미엄 제품 소비에 있어서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적 수요 침체 속에서도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출하량 기준)은 1억4810만 대로, 중국(2억7790만 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스마트폰 종주국 미국(1억2010만 대)을 3위로 밀어낸 것이다. 특히 인도 시장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전자업계는 인도 인구의 40%가 아직 피처폰을 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정부는 적극적인 정보기술(IT) 산업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확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며 “또한 소득 최상위권 구간에 해당하는 인도의 프리미엄 시장도 이제 막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와 애플의 차세대 격전지
인도 시장이 중요해진 만큼 글로벌 IT 업계 거물인 삼성전자와 애플 간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아직은 중저가 모델부터 프리미엄폰까지 제품군이 다양한 삼성전자가 앞서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샤오미와 분기별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 2위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샤오미가 20.7%, 삼성이 17.6%였다.
삼성전자는 1월 뉴델리에 체험 매장인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를 연 데 이어 2월에는 벵갈루루 삼성오페라하우스에서 인도 고객만을 위한 별도의 ‘갤럭시 언팩’ 을 개최했다. 인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따라 인접 공급망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S23’의 인도 물량 전체를 현지 노이다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은 벵갈루루 언팩 행사 당시 “인도는 모바일에서 굉장히 중요해 1위 자리를 탈환하고 지키는 것이 우리의 당연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현재 인도 시장에서 6, 7위권(지난해 4.4%)에 그치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감안해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의존했던 생산라인을 다변화해 지난해 ‘아이폰14’를 시작으로 인도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인도를 독자적 판매지역으로 승격시켰고, 4월 뭄바이·뉴델리에 인도 첫 애플스토어를 개장하기도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개장 축하 행사 참석을 위해 7년 만에 인도로 날아갔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난 사진을 올리며 “우리는 인도 전역에서 성장하고 투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9일(현지 시간)에는 구글마저 내년 ‘픽셀8’부터 인도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히며 경쟁에 가세했다. 픽셀폰을 중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해 오던 구글이 인도에서의 생산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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