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혈낭자해도 12세관람가 … 선 넘은 '만화경'
연령 등급 분류 도마에 올라
"아이를 지도하기 쉽지 않네요. 배민 같은 큰 회사가 이렇게 숨기듯 나이 제한을 표기하고 댓글을 방치하는 건 고의적인 것 아닌가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만화경'을 아이에게 보여준 한 부모의 하소연이다. 배달의민족 앱과 연동되고 따로 가입할 필요 없이 웹툰을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한때는 만화경이 '순한맛' 웹툰 서비스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는 그동안 자녀가 스마트폰으로 이 앱을 보도록 허락해왔다.
하지만 최근 초등학생 딸이 좀비물인 '좀비가 사는 세상'이라는 연재가 끝난 무료 웹툰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안 학부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핏자국이 난무하는 상황을 웹툰으로 표현한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가 본 스마트폰 웹툰 장면에 좀비가 물어뜯는 모습이 묘사됐고, 다른 사용자가 "육회 같다ㅋㅋㅋ"라는 실시간 댓글을 달았는데 자막처럼 웹툰의 그림 위로 화면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자막 방식으로 그대로 노출됐다. 그는 다른 플랫폼과 비교를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 웹툰에 각각 아이의 이름으로 로그인해봤다. 타 플랫폼은 나이대를 고려한 등급에 맞춘 콘텐츠와 섬네일을 배치하도록 했다. 반면 만화경의 경우 대부분 로그인 절차가 따로 없다.
만화경은 첫 화면에서 웹툰을 고르고 화살표를 한 번 더 눌러야만 웹툰의 제한 나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자칫 첫 화면과 섬네일로만 봐서 폭력성 등을 판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웹툰의 섬네일에는 칼과 방망이 같은 둔기에 묻은 핏자국이 선명하지만 분류는 12세 관람가다.
이마저도 첫 회의 1화에만 아주 작은 글씨로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라고 안내할 뿐 첫 화면을 지나 스크롤하기 시작하면 부모가 지도를 위한 나이 등급을 알 수 없다. 특히 실시간으로 자막처럼 스쳐가는 실시간 댓글은 연령 제한 관계없이 잔인한 표현들이 있어도 모니터링되지 않고 있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등 양대 웹툰 플랫폼에선 웹툰자율규제위원회 규정에 따른 등급 분류가 그나마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웹툰에 전체관람가와 19세 이상 이용가 등급만 존재했지만, 웹툰 산업이 커지고 영향력도 증대되면서 2019년부터 연령 구분이 전체 연령가, 12세 이상 이용가, 15세 이상 이용가, 18세 이용가로 세분됐다.
우아한형제들은 만화경을 내년 5월까지 서비스할 계획이다. 지난 9월부터 연재 작가들에게 플랫폼 서비스 종료 안내 이메일을 보내고 있고 연재 계약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은 기존 플랫폼과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시장 창출 기회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해 이 서비스 종료를 예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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