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만큼 정밀하게…세상 새긴 렘브란트 동판화
성경·풍속·초상 담은 120점
대구미술관 전시 관객몰이
미국 미니멀리즘 대표 작가
칼 안드레 아시아 첫 전시도
10월 31일 아침 입장료가 1000원인 대구미술관에 줄이 늘어섰다. 개막일인 이날 오전 9시 개장을 앞두고 오픈런을 하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전시는 내년 3월 17일까지 이어지는 '렘브란트, 17세기 사진가'다. 관람객이 몰려 붐비기 전에 조용한 미술관에서 전시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려든 것이다. 첫날 입장객은 800명을 넘었다.
대구미술관은 렘브란트 순회재단, 뮤지엄드리드 등과 협업으로 거장 렘브란트 판레인(1606~1669)의 새로운 면모를 소개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에칭과 드라이포인트 기법을 활용한 판화를 평생 300여 점 남기며 동판화 역사에 획을 그은 독보적인 판화가로서의 면모를 조명하는 것이다.
사진이 발명되기 2세기 전인 17세기에 당대의 인물과 풍속을 복제해 대중에게 전파할 도구는 판화밖에 없었다. 판화는 당대 네덜란드인들에게 소설처럼 친숙한 예술이었다.
전시에 공수된 동판화 120여 점에는 렘브란트의 유명한 자화상을 비롯해 거리의 사람들, 성경 속 이야기, 풍경, 초상 등이 다채롭게 담겼다. 동판을 뾰족한 철침으로 긁어야 하는 기법의 특성으로 판화들은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인 경우가 많다. 덕분에 외과의사만큼이나 정밀하게 그림을 그린 렘브란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유명한 자화상 '돌 난간에 기대어 있는 자화상'(1639), '사스키아와 함께 있는 자화상'(1636)을 만날 수 있고 성경을 다룬 작품 중에는 대표작 중 하나인 '착한 사마리아인'(1633), '병자를 고치는 예수'(1648) 등도 소개된다. 특별히 '얀 위텐보해르트, 저항파의 설교자'는 공수된 동판을 직접 볼 수 있다. 렘브란트가 다른 이로부터 의뢰를 받아 제작한 첫 번째 초상화 판화와 그 원판이다. 주인공인 설교자 얀 위텐보해르트는 저항파의 영향력있는 지도자였다. 렘브란트는 1633년 처음 그의 초상화를 그렸고, 2년 후 이 판화를 제작했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작품도 있다. '십자가에서 내림'(1633)은 십자가에서 내려지고 있는 예수와 슬퍼하는 사람들 뒤로 예루살렘의 성벽이 그려졌다. 이 작품은 만화 '플랜더스의 개' 주인공이 죽기 전 보고 싶어했던 루벤스의 대표작인 앤트워프 대성당 제단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작가가 그림 속에 숨어 있다. 사다리를 타고 예수를 내리는 인물은 초상화를 통해 익숙한 렘브란트의 얼굴이다.
권미옥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렘브란트의 삶과 예술을 조망하고, 그 빛과 어두움, 무엇보다 그의 세상을 향한 시선을 함께 나눠 보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미술관에서는 4개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도널드 저드, 솔 르윗 등과 활동한 미국의 미니멀리즘 대표 작가 칼 안드레(88) 개인전은 아시아 최초로 열리고 있다. 12월 31일까지 미술관 중정에 해당하는 어미홀에서 나무, 금속, 벽돌, 스티로폼과 같은 산업 재료를 단순한 형태로 반복해 배열하는 특유의 작품 10여 점을 전시한다. 작품 속을 걸어서 통과할 수 있는 '11번째 알루미늄 카디널' 등과 함께 시인이기도 했던 칼 안드레의 시 드로잉과 미니어처 조각도 전시된다. 재료와 물성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정돈된 질서를 통한 미학을 구현한 작가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으로 윤석남 개인전과 이와 연계한 청년특별전인 이성경 전시도 동시에 열리고 있다.
[대구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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