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가계대출 6조8000억 증가...잘 갚던 마통도 당겨썼다

대출규제 강화와 은행 금리 인상 불구
은행권 가계대출 다시 증가폭 키워
주담대 10월 한달 5조8000억 늘어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에도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한달만에 다시 증가폭을 키워 7조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2년 가까이 감소세를 유지했던 기타대출(신용대출 등)이 23개월만에 증가 전환해 가계부채 문제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가계에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 면제하는 방안 등 가계대출을 죄기로 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86조6000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6조8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불어나고 있다. 지난 8월 6조9000억원에서 9월 4조8000억원으로 증가규모가 줄었지만, 10월 들어 다시 증가폭이 2조원이나 커졌다.

대출 상품별로 봤을때 주택담보대출은 10월 한달 간 5조8000억원 늘었다. 9월(6조1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줄긴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구입자금을 중심으로 주담대가 늘었지만 증가 규모는 소폭 축소됐다”면서 “8월까지는 주택매매거래량이 많은 편이어서 시차를 두고 10월 주담대 수요로 이어진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일반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이 1조원 늘었는데, 기타대출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2021년 11월 5000억 늘어난 이후 23개월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그동안 주담대가 늘어나는 동안에도 차주들이 마이너스 통장 등은 갚아 나가는 분위기가 2년 가까이 유지됐는데, 지난달에는 이마저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다만 기타대출이 추세적으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한은은 전망했다. 윤 차장은 “추석연휴 소비, 공모주 청약에 필요한 자금 수요가 늘었고, 은행들이 분기말에 부실채권을 매·상각하는 계절적 요인도 사라지면서 기타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리 수준이 높다 보니까,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고, 주담대 관리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는 아직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과 2금융권을 합친 전 금융권 가계대출도 10월 한달간 6조3000억원 늘어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이날 ‘가계대출 동향’을 통해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올 10월 6조3000억원 늘어, 7개월 연속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9월(2조4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대폭 확대됐다. 주담대가 5조2000억원 늘었고, 기타대출은 1조1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폐지 등 각종 규제 조치를 내놓고, 시중은행들도 당국의 대출 조이기에 발맞춰 대출금리 등을 올리고 있어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일 지 주목된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뿐 아니라 시중 금리 상승, 추석 연휴 이후의 주택매매거래 둔화 등이 두세 달가량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 주재로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대구·부산·카카오·토스 등 9개 은행 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은행권 가계대출 동향 점검회의’에서 은행들은 10월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일시적 신용대출 수요 확대와 디딤돌대출 등 실수요자에 대한 공급 확대 때문”이라며 “11월부터는 실수요자 정책자금 이외 은행 가계대출은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