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치료비 걱정 덜어주는 의료사회복지사를 아시나요?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의 목적은 치료받는 것이다. 환자 중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의사 표현의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장애요인이 되어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사회복지사는 그런 환자들의 문제를 파악하고 장애요인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거나, 자원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사회복지사도 있지만, 사회복지사 1급 자격을 취득한 후 별도로 1년간의 수련과정을 거쳐야 하는 의료사회복지사와 정신건강사회복지사가 전문성을 갖추고 근무한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사회사업팀에 소속된 이규민 씨(33)는 사회복지사이면서 정신건강사회복지사와 의료사회복지사 자격을 모두 갖추었다. 그는 2021년부터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의료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이 사회복지사는 코메디닷컴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훌륭한 건강보험제도 덕분에 많은 환자가 적절한 의료비 부담으로도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충분한 자원이 있음에도 정보가 부족하여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을 일하며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며 어려움이 있으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사회사업팀에 상담을 요청하면 사회복지사들이 다양한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의료사회복지사가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2013년 졸업 후 바로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군 복무 후 2016년에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수련을 받은 후 2017년부터 5년간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 순천향대 서울병원 등 여러 기관에서 일했고요. 2019년에 의료사회복지사 수련을 통해 2020년에 자격을 획득했으며 이듬해부터 현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 팀장님은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은 없도록 하자'는 마음가짐을 항상 전해주셨습니다. 어린시절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영화들을 좋아했는데, 그중 '패치 아담스'가 인상 깊었습니다. 환자들 각각에서 전인적인 치료를 하는 마음가짐을 보이는 주인공이 인상 깊었고, 병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모습과 유사함을 느껴 이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의료사회복지사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의료사회복지사는 질병의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어려움, 가족관계의 문제, 치료비 마련 및 생계비용 문제, 자원 결핍의 문제, 사회복귀 문제를 완화 또는 해결하도록 환자와 가족을 도와주는 일을 합니다. 예를 들어 치료비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민간 단체의 지원 사업을 모색하여 연계하고, 현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분들을 돕기 위해 교직원과 동문, 기업 및 단체 등을 대상으로 후원금을 모금하여 원내 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질병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한 환자분께는, 심리적 위축과 우울감에 대해 상담하고, 더 나은 삶의 계획을 세우기 위한 준비 과정(퇴원계획, 장애 등록 절차, 직업재활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환자분과 가족들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의료사회복지사는 이 외에도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 학대(노인, 아동, 장애인 등) 피해자, 아기 입양을 원하는 미혼모, 자살 시도자, 주민등록말소자 등 단순한 질병 치료 외 복합적인 문제가 동반된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준다. 또한 당뇨, 고혈압, 신장질환 등의 만성질환 관리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재활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다학제 치료팀'의 구성원으로서 환자의 퇴원계획 수립에도 함께한다. 따라서 의료사회복지사는 병원에서 의료인 등 여러 직종의 종사자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므로 각종 질병에 대한 지식과 의학용어를 숙지하고, 병원의 진료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환자에게 도움을 준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시골에 거주하시는 고령의 남성 노인 환자분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치료가 장기화하며 고액의 치료비가 발생했습니다. 충분히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는 여건인데도 불구하고 공공부조의 도움을 받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으로 생각되어 동네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끼니를 해결하시던 분이었습니다.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다 보니 국가에서 지원되는 치료비 지원을 연계하여도 보장 범위를 넘어가는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민간 재단 등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여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앞으로의 생계유지를 위해 주민센터의 사례관리를 연결해 드리고, 장기요양급여 신청에 대해서도 안내하며, 치료비 외에도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연결해 드렸습니다. 환자분이 회복되어 의식을 찾고 배우자 이름을 불렀을 때 배우자분이 눈물을 흘리며 감사 인사를 하셨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정말 훌륭한 미담이군요. 하나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데 비용이 없어 수술을 포기하려던 환자분과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수술을 받지 않으면 실명을 할 위험이 있어 경제적인 지원을 연결해 드렸고, 수술 후 한 쪽 눈에 안대를 한 채로 사무실에 방문하신 환자분이 갑자기 복도에서 절을 하며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빛을 보게 해주어 감사합니다'라며 인사 하셨습니다. 수술은 의사 선생님이 해주셨고, 치료비 지원은 제가 선의를 베푼 것이 아니라 환자분이 조건이 되셔서 받았을 뿐이라 제가 그런 인사를 받기 무안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환자분은 '치료비 걱정으로 막막했었는데, 사회사업팀에서 상담받은 후 길이 보이고 치료받을 용기가 생겨서 지금 이렇게 눈을 뜰 수 있었어요'라고 하셨습니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정신건강사회복지사도 의료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유사하지만, 통상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받는 환자로 대상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환자의 재활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와 적응을 돕기 위해 교육을 진행하며, 환자 및 가족의 심리·사회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상담을 보다 깊이 있게 진행합니다. 매일 아침 회진에 참여하여 각 직군별로 환자에게 어떻게 개입할지 치료계획을 공유합니다. 환자들의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정신건강교육을 통해 증상관리와 약물치료에 관해 설명하기도 하고, 대인관계기술 훈련과 스트레스관리 훈련 등 대처 기술을 향상하기 위한 교육도 진행합니다. 그런 교육을 진행하려면 아무래도 정신의학과 약물에 대해서도 깊이 공부를 하게 됩니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음악치료, 미술치료, 연극치료 등 전문적인 치료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입원 기간 중 스트레스 관리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음악감상, 독서, 노래방, 보드게임, 운동, 요리 등 각종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공부도 계속된다. 또한 환자분들이 가족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가족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가족 교육 및 가족 상담을 진행하며 환자 개인과도 깊이 있는 상담을 해준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와 의료사회복지사의 공통점은 졸업 후 시험을 보아 1급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의사가 전문의 과정을 진행하는 것처럼 1년간 수련 과정을 거쳐 국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는 점과 환자분들의 회복을 위한 문제해결을 돕는다는 점이다. 차이점으로는, 의료사회복지사는 병원에서 근무하지만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병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재활시설, 주거시설 등 다양한 형태의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회복지사가 앞서 얘기한 정신건강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병원에서 일하는 정신건강사회복지사의 역할이다.
―사회사업팀에서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원금을 모금하고 관리하거나, 원내 교직원들을 위한 문화행사를 열거나, 임상 연구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의견을 제시하고, 봉사 활동을 운영합니다. 원내 상담 외에도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환자(노숙인, 외국인, 장애인 등)를 직접 찾아가 의료봉사를 합니다. 매월 아동보육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노숙인 시설, 외국인 근로자 기관 등을 대상으로 정기 의료봉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의료 취약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 의료봉사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를 관리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 의료사회복지사에 따르면, 최근 회사의 운영과 관련하여 중요성과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ESG경영이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병원에서 직접 실천하는 대표적인 부서 중 하나가 사회사업팀이다. 앞서 이야기한 환자 상담을 제외하면 사회사업팀의 업무는 대부분 사회공헌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복지와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하며 대부분 사람이 생계, 주거, 교육, 의료 등의 영역에서 최소한의 선은 지켜질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었지만, 여전히 놓쳐지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사회사업팀은 그런 사각지대의 환자(노숙인, 외국인, 장애인 등)를 직접 찾아가 의료봉사를 한다. 매월 아동보육 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노숙인 시설, 외국인 근로자 기관 등을 대상으로 정기 의료봉사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후원금을 모금하여 우리나라보다 열악한 환경의 국가에서 진료, 검사, 수술, 의약품 조제 등 종합적인 해외의료봉사 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사회공헌활동 외에도 원내 교직원들과 내원객들을 위해 음악회나 미술전과 같은 문화행사를 운영하기도 한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준비된 사람만 잡을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 및 뮤지컬배우 데이빗 핫셀호프가 브로드웨이에서 '지킬&하이드' 공연을 마치고 객석 인사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데이빗 핫셀호프는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그런 덕분에 기회가 찾아왔을 때 준비가 되어있었다고 한다. 이규민 의료사회복지사 또한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면 자격증 공부나 교육을 계속 받아왔고, 여러 모임에 참석하며 실무자들과의 관계를 넓혀나갔다. 지금도 그런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작년부터 대학원을 다니며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중이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어린 시절 배드민턴 선수를 꿈으로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로 배드민턴과 달리기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ROTC 장교로 군대 복무를 할 때 한번도 특급 기준을 놓친 적이 없는데, 그때보다 살은 많이 쪘지만 지금도 그때 기준대로 달리기를 3km, 12분 30초 이내에 주파하며 운동하고 있습니다."
박효순 기자 (anytoc@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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