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한국시리즈 첫 직관한 구광모… 이재용은 8년째 못 가
”기업 실적, 야구단 성적 등 다 좋아야 가능”
신세계 정용진, 홈 72경기 중 39경기 관람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KS) 개막전을 보기 위해 지난 7일 잠실 야구장을 찾았다. 구 회장이 야구장 직관(직접 관람)에 나선 것은 2018년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5년을 마지막으로 수년째 야구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한 야구단 관계자는 “총수가 야구장을 방문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실적과 이미지, 야구단의 성적이 좋다는 의미다. 가고 싶어도 분위기가 나쁘면 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LG가(家)의 야구사랑은 재계에서 유명하다. 현재 구 회장은 LG트윈스의 구단주를 맡고 있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1990~2007년), 구본준 LX그룹 회장(2008~2018년)에 이은 LG 야구단의 3대 구단주다. 한국시리즈는 7전 4선승제라 구 회장이 이후에도 경기장을 더 찾을 가능성이 있다.
LG트윈스는 올해 초반부터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규시즌 1위를 기록했다. LG그룹의 분위기도 상승세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매출액 40조4000억원, 영업이익 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2개 분기 연속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전장(전자장비) 사업을 강화하면서 올해 들어 LG전자 매출에서 B2B(기업간 거래)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개 분기 만에 매출 약 25조7441억원, 영업이익 1조8250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연간 실적이던 지난해 총 매출(25조 5986억원)과 영업이익(1조 2137억원)을 넘어섰다.
구단의 저조한 성적 탓에 야구장을 찾지 못하는 총수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5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뒤 8년간 야구장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국정농단 사태와 여러 재판을 받으면서 야구장에 갈 수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한때 최강 구단으로 평가받던 삼성라이온즈의 성적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라이온즈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9위에 머물렀고 2019년과 2020년에는 8위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3위에 올랐으나 지난해 7위, 올해는 9위로 추락했다. 지난해 삼성라이온즈가 13연패에 기록하자, 이 회장이 주변에 “우승까지 바라진 않지만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7년 기아타이거즈의 홈구장인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뒤 6년째 야구장을 찾지 않고 있다. 당시 정 회장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베어스의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나란히 야구장을 찾았다.
기아는 2017년에 우승한 뒤 상위권 진입을 못하고 있다. 2019년 시즌에는 9위로 추락했고 지난해에는 5위, 올해는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인 정 회장은 야구장을 대신해 금메달을 휩쓸고 있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에 얼굴을 많이 비추고 있다.
유통 라이벌 신세계와 롯데는 야구장에서도 경쟁을 펼치고 있다. SK와이번스를 인수해 출범한 SSG는 창단 2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홈 72경기 중 39경기를 직관했다. 신세계는 작년부터는 전국 고교야구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롯데자이언츠는 지난해 말부터 그룹의 지원이 확대되면서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롯데지주는 작년 10월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자이언츠에 190억원을 지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구장 직관도 늘어가는 추세다. 지난해 7월 7년 만에 사직구장을 방문한 뒤 10월에 야구장을 또 찾았다. 올해 6월에는 15년 만에 9연승을 한 롯데 선수를 격려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아 38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지급했다.
올 시즌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NC다이노스의 구단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달 25일 조용히 경기장을 찾았다. 9회초 마무리 투수 이용찬이 SSG의 타자 김성현을 삼진 처리하는 순간, 김택진 구단주가 양팔을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최근 회사 실적이 좋지 않아 경기만 지켜본 뒤 조용히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만년 꼴찌’로 평가받는 한화 이글스는 침울한 상황이다. 2018년 3위를 기록한 뒤 2019년 9위, 2020년~2022년 3년 연속 10위를 기록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마지막으로 대전구장을 찾은 것도 2018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동반했지만, 이후 야구장을 찾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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