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칼럼] 유니콥스와 좀비콘
미국 공유 오피스 플랫폼기업 위워크는 2021년 10월 스팩합병을 통해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상장 첫 날 시가총액은 103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9년 1월 47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세계 대표 유니콘기업으로서는 비록 초라한 성적표지만 우여곡절 끝에 상장에 성공해 다시한번 화려한 부활을 꿈꿀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2년이 흐른 2023년 11월 초 언론이 위워크의 파산보호 신청을 알렸다. '공유경제'의 신화로 불리던 위워크 몰락은 스타트업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위워크는 2010년 뉴욕에서 '에그 베이비'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던 애덤 뉴먼이 이스라엘 생활공동체 '키부츠'에서 공간과 협업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창업한 커뮤니티 플랫폼기업이다. 2012년 1억 달러였던 기업가치는 47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6년 만에 40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위워크의 급성장 배경에는 무려 22조 원에 이르는 투자를 감행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있었다.
엄청난 투자금을 바탕으로 무리할 정도로 공격적 확장전략을 펼치며 위워크는 세계 33국 주요 도시에 800개가 넘는 지점을 개설했다. 그러나 2019년 상장을 추진하던 위워크는 처음으로 회사 실적이 공개되면서 축제는 파국을 맞았다. 위워크의 빠른 팽창에는 막대한 적자라는 함정이 웅크리고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2019년 추진하던 IPO는 무산됐고, 기업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위워크를 12분 동안 방문하고 천문학적 투자를 감행한 손정의 회장의 신화같은 이야기는 결국 스타일 구기는 흑역사가 되고 말았다.
위워크의 또 다른 문제는 부도덕한 최고경영자의 리스크다. 뉴먼은 회사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수천만 달러 대출을 받아 다른 기업에 투자하고, 자신이 브랜드를 소유해 회사로부터 높은 로열티를 받기도 했다. 신생 스타트업이라는 미명 아래 일주일에 80시간이 넘는 근무로 직원들을 혹사시키고, 자신이 보유한 복수의결권을 악용해 투자자를 배신하는 행보도 보였다.
결국 수많은 직원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게 됐으며, 창업자인 뉴먼도 이사회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뉴먼은 보유 지분 매각과 황금낙하산 제도로 2조 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챙기고 회사를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신만고 끝에 스팩제도를 이용, 뉴욕증시에 진입했던 것이다. 그러나 상장후에도 적자 행진은 이어지고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좋지 않은 결말을 맞게 된 것이다.
유니콘은 모든 스타트업의 꿈이다. 하지만, 유니콘으로 인정받았다고 해서 걸림돌 없이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엑시트에 성공해 '엑시콘'으로 화려하게 비상하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가치가 급락하며 '유니콥스(죽은 유니콘)'가 되기도 한다. 11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텍사스주 연방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엘리자베스 홈즈가 창업한 테라노스가 대표적이다. 10조 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되던 헬스케어 유니콘기업이지만 현재는 파산한 상태다. 또한 중국의 '신 4대 발명'으로 칭송받으며 승승장구 공유자전거 플랫폼 오포(ofo) 역시 파산했다.
또한 엑시트가 힘들어진 상태에서 파산은 안 했지만 제대로 된 비즈니스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힘들게 버티고 있는 좀비콘(좀비 유니콘)이 되기도 한다.
회사의 내실보다 외형적 성장으로 기업가치에만 매몰되다 유니콥스나 좀비콘이 되는 사례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비즈니스 특성상 시장지배력을 가질 때까지 계속 투자로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이 당연하나, 지속적인 적자를 언제까지 투자로 감당할 수 있느냐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간단치 않다. 투자를 많이 유치하고도, 최고의 기술로 인정받아도, 뛰어난 비즈니스모델로 평가받아도 실패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성공했다는 판에 박힌 뻔한 스토리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잘나가던 유니콘기업이 왜 유니콥스가 되고, 좀비콘이 되는지에 대한 실증 사례 연구가 힘들게 탄생한 유니콘이 성공적 엑시콘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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