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배트 불빛을 삼킨 유광점퍼···KT는 오히려 극복, 이제 LG는?

김은진 기자 2023. 11. 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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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점퍼 입은 LG 팬들이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KT 투수 고영표는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한국시리즈 1차전을 마치고 관중석 풍경과 경기 환경에 대해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1994년 이후 우승한 적이 없고 2002년을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가지 못했던 LG가 21년 만에 치른 한국시리즈 경기였다. 무려 29년 만에 다시 우승에 도전하는 LG를 응원하기 위한 홈 관중 열기는 일찍이 예상됐다. 2만3750석이 일찍이 매진됐고 관중석 대부분을 LG 팬들이 차지했다.

LG는 KBO리그에서 인기 팀으로 꼽힌다. 성적의 변화에 대한 팬들의 성화가 대단한 팀이다. 반대로 KT는 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늦게 창단해 2015년 합류한 막내 구단이다. 아직 10년도 되지 않은 터라 기존 인기 구단과는 어쩔 수 없는 팬 규모의 차이가 있다. 예매 단계에서부터 시도하는 인원 수가 워낙 많다보니 실제 입장권을 획득에 성공한 인원도 LG 팬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1차전은 원정 응원석까지도 LG 팬들이 ‘점령’해버렸다.

유광점퍼 물결이 외야는 물론 KT 응원단상이 있는 3루측 내야까지도 가득 채웠다. 수적으로 밀린 KT 팬들은 그 틈에서 사력을 다해 응원했다. KT 구단 고유의 무선응원봉 ‘비트배트’ 불빛도 꽤 보였으나 3루까지 들어찬 유광점퍼들 사이에 흩어진 채로 번쩍번쩍 응원을 했다.

KT 응원단은 창단 이래 가장 힘든 응원을 했다. 유광점퍼 군단 앞에서 목이 터져라 KT를 외친 김주일 KT 응원단장은 “원정 팬들이 3루쪽에도 많이 계셔서 응원 유도가 쉽지만은 않았다. 관중 분들은 그라운드 방향으로 계셔서 덜하지만 우리 응원단은 관중석을 보고 있기에 더욱 그 기세에 밀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응원단이 기세에서 밀리면 우리 관중 사기도 호응도 떨어질 거라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응원했는데 이겨서 기쁘다. 2차전도 밀리지 않고 잘 하자고 응원단이 다짐했다”고 말했다.

KT 문상철이 7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9회초 결승 2루타를 때리고 3루까지 밟은 뒤 환호하고 있다. 3루측 내야인데도 유광점퍼를 입고 노랑 응원막대를 든 LG 팬들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날 KT는 중반까지 매 순간 꼬이면서 고전했다. LG쪽에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함성과 응원에 KT는 말려들고 LG는 흥이 오르는 모습이 명백했다. 그러나 9회 역전극으로 이를 극복했다.

견제 때마다 엄청난 야유를 보내는 LG 응원을 마운드에서 견뎌낸 고영표는 “LG 팬이 훨씬 많을 거라 예상은 했는데 예상보다 더 많아서 놀라기는 했다. 힘든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었다. 상대 팬들이 늘 응원을 열정적으로 하시는데 마운드에서 나는 그것도 힘이 된다”며 “이런 게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승리했을 때 더 짜릿하다”고 말했다.

9회 LG 고우석을 상대로 결승타를 때린 문상철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니까”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응원도 시리즈의 거대 변수다. 1차전의 유광점퍼 범람 사태는 KT 홈인 수원에서 열리는 3·4차전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방 응원전의 최대 고비였던 1차전을 이겨내면서 KT 선수단은 사실상 적응을 완료했다. 오히려 관건은 LG 선수들이다.

LG는 정규시즌 1위를 하고 3주 간 푹 쉰 뒤 한국시리즈를 시작했다. 전력도, 체력도 앞선다고 평가 받았다. 그러나 심리적인 면에서는 애초부터 상대적으로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다. 5월까지 10위였다가 2위로 치고올라간 KT에게 한국시리즈는 우승을 놓치더라도 잃을 것이 없는 무대지만, LG는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홈 경기가 유리한 이유 중 하나는 훨씬 큰 응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가 처음인 LG 젊은 선수들에게 응원은 큰 힘이 된다. 반면 결과에 따라서는 고개를 들기 어려운 부담이 되기도 한다. LG는 이미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시리즈를 시작했지만 홈에서 압도적인 응원을 받고도 1차전을 내준 채 시리즈를 이어가게 됐다. 가중된 압박감을 이겨내야 승산이 있다.

유광점퍼 물결은 2차전에도 이어진다. 8일 2차전도 경기 시작 5시간 전인 오후 1시30분 일찍이 매진됐다.

잠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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