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매크로VIEW] "위워크? 위브로크(WeBroke)" 이유있는 몰락
몸집 불리기 전념, 내실 못키워
186억달러 빚… 임차료도 못내
'사무실의 미래'라고 찬사받으며 한때 기업가치가 한화로 61조원(470억 달러)에 달했던 '위워크'가 파산했습니다. 위워크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는데요. 통상 '챕터 11'로 불리는 파산보호는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해 해당 기업의 채무 이행을 일시 중지하고 자산 매각 등에 나서는 절차입니다.
오늘은 거시경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7년 전 위워크가 국내에 진출할 당시 위워크를 취재했던 '썰'(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당시 위워크는 스타트업 바람을 타고 미국 현지에서도 굉장한 관심을 모으던 회사였습니다. 스스로가 세계 최대 스타트업 중 하나였는데다, 우후죽순 생겨난 스타트업들에 공간과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카페를 연상케 하는 세련된 인테리어, 노트북을 든 젊은이들, 공간을 흐르는 감각적인 음악과 무제한 맥주…. 위워크는 '힙한 공간의 힙한 사람들'이란 이미지로 사업을 확장했는데요. 거기엔 지금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욕을 먹는 유태인 사업가 애덤 노이만의 매력도 한몫 했던 것 같습니다.
노이만은 이스라엘의 집단노동 공동체 '키부츠(kibbutz)' 출신이었습니다. 집과 농사지을 토지도 분배받아 살며 사유재산을 갖는 것이 불가능한 키부츠에서 자라면서, 그는 신발을 갖고 싶으면 빌려 신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랐다고 합니다. 그랬던 그가 사무실 내 벽을 허물고 입주한 업체들이 책상을 같이 쓰게 하는 사업을 구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이먼은 원래 아동복 사업을 했다고 해요, 당시 브룩클린의 덤보 지역에 있던 사무실의 남는 공간을 나눠 임대해보려고 했다는데요. 그러다 건물 한 층을 몽땅 임대해 15개의 사무실로 쪼갠 후 임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2008년 동업자 미구엘 맥켈비와 함께 만든 위워크의 전신 '그린데스크'입니다.
위워크는 사실 불황 모델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갓 지낸 당시 미국 도심에서도 오피스 공실이 쌓이고 있었습니다. 임대료는 낮아졌고, 더 싸게 더 큰 면적을 빌릴 수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입대법이 까다로워서 우리처럼 돈만 있으면 누구라도 임차를 할 수도 없습니다. 임대인은 임차하려는 사람의 인적 사항과 자산, 사업 실적 등을 요구하고 인터뷰를 보기도 합니다. 그러니 영세한 업체들은 사무실을 빌리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위워크에서 책상을 나눠쓰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서로를 동료나 파트너로 받아들이기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위워크는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오전에 요가 클래스가 열리고 저녁엔 네트워크 파티가 열리는 식이었죠. 당시 위워크 커뮤니티의 멤버가 되면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전세계 위워크에 입주한 전문가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국적인 외모에 범상치 않은 성장배경까지 반짝반짝 빛나던 청년 사업가 노이만은 연일 언론 인터뷰에 나왔습니다. 언변도 대범했습니다. 노이만은 "위워크는 단순히 임대를 주고 월세를 받아가는 전통적인 부동산 임대업체가 아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시너지를 내게 해주고, 소포를 처리하고 사무용품, 리셉션 인력 등을 제공하는 등 사무실 관리를 전담해준다. 위워크는 창조자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주거가 아닌 삶을 위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창업공동체다"라고 말했습니다. 10년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뒤에는 여러차례 증시 상장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엔 한국에도 진출했습니다.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을 통으로 임대해 공유오피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런 사업 모델이 없었을까요. 그럴리가요. 어른들이 '전대(轉貸)'라고 부르는 부동산 재임대 사업은 역사가 유구합니다. 당시에도 중소 비즈니스센터와 외국계인 '리저스', 'CEO스위트'와 'TEC' 등의 서비스드 오피스(Serviced Ofiice)들, 위워크를 '패스트파이브' 등도 이미 운영 중이었죠. 하지만 위워크는 달랐습니다. 쿨하잖아요.
그러던 위워크가 망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식 거래도 중지됐다고 합니다. 거래 중지 직전 위워크 주가는 주당 0.84달러였죠.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3일 종가 기준 56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이날까지 98.51% 떨어진 셈이지요. 이 회사의 기업공개(IPO) 전이던 2019년 1월 기업가치는 무려 470억달러(61조원)에 달했거든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위워크는 파산보호 신청 문서에서 약 186억달러의 부채를 보유했다고 합니다. 막판엔 임차료 내기도 힘들 정도였다고 해요.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역사에 남을 몰락"이라고 악평했습니다. 저금리로 쏟아져 나온 유동성을 바탕으로 몸집만 키우고 내실을 갖추지 못한 회사였다는 것이지요. 노이만은 회사 공금 횡령과 사적 유용 혐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몇년 전 위워크의 고위급 인사가 서울에 온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 강남의 어느 고급 클럽에는 값비싼 샴페인이 강같이 흘렀다고 하지요. 그렇게 흥청망청 써댄 돈은 어디서 왔을까요. 본인들이 번 돈이 아닌 것은 확실했습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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