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살충제 안듣는 외래종 '빈대' 첫 발견됐었다
최근 한국에서 출몰하는 빈대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반날개빈대'가 2021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채집된 반날개빈대에선 국내 빈대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 내성도 확인됐다.
국내 빈대 확산의 원인에 대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 여행객 급증, 외국인 거주민의 증가,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 등 다양한 추측이 제기된다. 방역당국이 빈대 유입 경로 추적에 나선 가운데 반날개빈대의 첫 등장 시기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주현 서울대의대 열대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4월 국제학술지 '의학곤충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1년 12월 경기 오산 한 다세대주택에서 채집한 빈대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 결과, 주로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반날개빈대로 확인됐다. 한국에 일반 빈대(Cimex lectularius)가 아닌 외래종 빈대의 유입이 확인된 것은 1934년 일본인 학자가 학계에 보고한 이후 89년만에 처음이었다.
채집된 반날개빈대는 현재 빈대 방역에 사용되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유전자증폭(PCR) 분석에서 전압민감성나트륨채널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학계에서 '녹다운저항성(kdr) 돌연변이'라 불리는 이 유전자 돌연변이는 곤충 신경세포의 민감성을 감소시킨다. 전압민감성나트륨채널 유전자와의 작용을 통해 곤충 신경계를 손상시키는 방식인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가 듣지 않게 만든다. 1951년 집파리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기승을 부리는 반날개빈대 개체 대부분에게서 관찰되고 있다.
반날개빈대는 주로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 분포하는 빈대다. 사람의 몸이나 가축의 집에 기생한다. 일반 빈대와 비교했을 때 몸통의 곡선이 부드럽고 전면의 가장자리가 덜 오목하다. 몸길이는 5mm 정도로 일반 빈대 몸길이 6.5~9mm보다 작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양한 크기의 개체들이 발견된다. 비전문가는 일반 빈대와 구별하기 어렵다.
피를 빨리면 발적이나 피부 가려움이 발생한다. 물린 자리를 통해 세균에 의한 2차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일반 빈대보다 벽을 기어오르는 능력이 뛰어나 가구 다리에 설치하는 빈대덫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2021년 발견된 반날개빈대의 정확한 유입 경로를 추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kdr 돌연변이의 계통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유사한 계통 구성을 가진 빈대는 한국, 중국, 체코, 슬로바키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및 유라시아 지역에서 발견된 바 있다.
김주현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발견되는 반날개빈대가 2021년 발견된 kdr 돌연변이를 가진 반날개빈대와 동일한 유전자 구성을 지니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내성을 갖는 다른 돌연변이 조합을 가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래 더운 지방에 사는 반날개빈대가 다양한 기후환경에서 발견되는 이유에 대해선 "실내 거주환경이 일반화되면서 기온 조건이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보다 감소했다"고 말했다.
● 네오니코티노이드계‧피롤계 대체 살충제 도입 추진…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와 차이점은
빈대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짐에 따라 방역 당국은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를 대체할 살충제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환경부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와 피롤계 살충제를 빈대 방역용으로 허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모기와 바퀴벌레 방역에 사용되고 있다.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nAChR)과 작용해 신경계를 과도하게 자극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식이다. 방제 효과는 높지만 꿀벌과 같은 익충의 생존에 치명적이란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에는 인간에게 간접적으로 노출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을 살피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피롤계 살충제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와 화학적 구조가 유사하지만 비교적 곤충 방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경우 빈대 박멸 효과 자체는 뛰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가 이끄는 국내 공동연구팀은 이르면 이달 말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 내성 빈대에 대해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방제 효과를 확인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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