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처럼 건립돼 ‘스무 살’ 된 어린이도서관…한국을 바꾼 ‘순천 기적의도서관’

강현석 기자 2023. 11. 8. 15: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남 순천 ‘순천 기적의도서관’을 찾은 한 어린이가 온돌로 된 바닥에서 책을 읽고 있다. 국내 첫 어린이도서관인 이 도서관은 올해로 개관 20년을 맞는다. 순천 기적의도서관 제공.

“스무 살이 된 기적의도서관아, 진심으로 축하해. 100살까지 함께하면 좋겠어.”

전남 순천왕운초등학교 5학년 이효림 양(11)에게 ‘기적의도서관’은 설레는 곳이다. 2년 전 처음 도서관을 찾았다는 이양은 ‘기적을 꿈꾸는 전시실’을 가장 좋아한다. 이양은 8일 “우리들을 위한 ‘전용 도서관’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다. 올 때마다 기분이 설렌다”고 했다.

‘순천 기적의도서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2003년 11월10일 문을 연 기적의도서관은 MBC 프로그램 <느낌표>의 프로젝트를 통해 설립된 국내 첫 어린이 전용 공공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한국 어린이도서관 설립과 운영의 표준 모델을 제시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적의도서관은 기존 도서관에 어린이 기능을 보강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도서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제안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이들이 친구도 만나고 책을 읽으며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책 나라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도서관은 설계부터 어린이 눈높이에 맞췄다.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은 소지품과 신발을 보관하는 ‘괴나리봇짐’이라는 공간을 처음 만난다. 이곳에서 책을 보기 전 손을 씻어야 한다. 도서관 바닥은 모두 온돌이다. 집처럼 편안하게 뒹굴며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전남 순천시 기족의도서관에 있는 ‘별나라방’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순천 기적의도서관 제공.

비행기 내부처럼 생긴 ‘별나라방’에서는 벽에 등을 대고 여행하듯 책을 읽을 수 있다. 엄마 아빠가 소리 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아빠랑 아기랑’, 여러 명의 아이들에게 이야기나 동화를 들려주는 ‘이야기방’, 야외 공연과 놀이를 할 수 있는 잔디마당인 ‘마당도서관’ 등도 있다.

도서관 운영도 아이들 위주다. 개관 직후부터 도서관 운영을 돕는 ‘어린이 사서’를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1박2일을 보내는 ‘도서관에서 하룻밤 자기’ 프로그램도 2004년도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 영아들에게 그림책이 든 꾸러미를 선물하는 ‘북스타트’ 사업도 2004년부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들에게 도서관 이용 방법을 알려준 뒤 ‘독서 카드’를 발급해 주는 ‘생애 첫 카드 만들기’는 2005년부터 시작됐다. 순천 기적의도서관 누적 이용객은 지난해까지 273만191명에 달한다. 순천시 인구가 27만7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시민 1명 당 평균 10번씩은 찾은 셈이다.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은 전남 순천 기적의도서관. 이 도서관은 전국 첫 어린이전용 도서관이다. 순천 기적의도서관 제공.

기적의도서관 성공 이후 어린이 전용 도서관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지자체 등의 단체 견학은 한때 연간 300건이 넘었고 방문자도 7000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한국도서관연감을 보면 순천 기적의도서관의 성공 이후 어린이를 위한 공공 도서관은 2021년 기준 전국에서 105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용훈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사는 “기적의도서관이 성공하면서 한국의 어린이 전용 도서관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순천 기적의도서관은 전국에서 계속해서 문을 여는 어린이도서관들을 이끄는 맏이이자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순천시는 오는 10일부터 11일까지 기적의도서관에서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책·책·책 책축제’를 연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