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APEC 참석 기정사실화…“미 기업인들에 만찬 초대장”

이종섭 기자 2023. 11. 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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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물리아호텔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미소를 보이며 악수하고 있다. 발리 |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미 기업인들과 만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관계전국위원회(NCUSCR)와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가 오는 15일(현지시간) 중국 고위 지도자와 장관급 대표단을 환영하는 만찬을 개최한다면서 미 기업인들에게 참석을 요청하는 초청장을 보냈다고 8일 보도했다.

두 단체가 보낸 초청장에는 아시아소사이어티, 미국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개최하는 당일 행사에서 중국 고위 지도자가 연설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고위 지도자가 누구인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장관급 인사들을 대동하고 참석하는 고위 지도자라면 시 주석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앞서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 참석차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미국 재계 고위급 인사들과 만찬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포함해 수백명이 만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 주석 방미의 우선순위는 중국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우려를 진정시키는 것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중 양국 정부는 아직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양국 정상회담 추진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데 이어 기업인들과의 만찬까지 계획되고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시 주석의 방미와 양국 정상회담은 사실상 이미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 계획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책임 있는 국가로서 중국이 참여하는 중요한 다자회의에 불참한 적이 없다”면서 “APEC 관련 회의 참석과 관련해 현재 각 측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고, 적절한 시기에 소식을 정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6년여만의 미국 방문이 된다.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17년 4월 마지막으로 미국을 방문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회담을 가진 이후 1년만에 만나게 된다. 두 정상은 지난해 회담에서 양국 관계 안정과 관리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지난 2월 미국이 ‘중국 정찰풍선’으로 규정한 미확인 비행물체가 미 상공에서 격추되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냉각기를 걷던 양국 관계는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이 성사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양국은 고위급 상호 방문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에는 기후 협력과 군축, 해양 문제 등 각 분야에서 양측의 소통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날도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또 국무부는 이날 맬러리 스튜어트 국무부 군비통제·검증·이행 담당 차관보가 워싱턴에서 쑨샤오보 외교부 군축국장과 만나 군축 및 비확산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미 국방부, 에너지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미국은 중국이 핵무기 투명성을 높이고, 핵과 우주 등 여러 분야에서 전략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참여할 것을 강조했다.

홍콩 명보는 “허리펑의 방미는 단순히 옐런의 7월 방중에 대한 답방이 아니라 다른 일정이 있는 것”이라며 “최근 왕이가 미국에서 기본적인 정상회담 조건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허리펑 방문에서 양측은 정상회담 교역을 위한 최종 가격을 확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APEC 정상회의는 오는 15∼17일 개최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미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중 양측이 15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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