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포커스] 흔들리는 토트넘, 우승 위해선 '겨울'을 잘 넘겨야 한다
[스포탈코리아] 주대은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위기를 맞이했다. 고비를 넘겨야 한다.
이번 시즌 토트넘을 향한 전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수년간 최전방을 책임지던 해리 케인이 우승 트로피를 위해 떠났다. 그는 2009/10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435경기 280골 64도움을 기록했다.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가 케인이었다.
케인은 단순히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골 냄새만 맡는 공격수가 아니었다. 미드필드까지 내려와서 전개를 도왔다. 종종 데드볼을 처리하기도 했다. 토트넘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공격수를 영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난항이 예상됐다.
감독도 바뀌었다. 셀틱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선임됐다. 그런데 빅리그 지휘 경험이 없는 감독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일각에선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가장 먼저 경질될 것 같은 감독”으로 꼽았다.
조직력을 다져야 할 프리시즌 동안 제대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것도 우려스러웠다. 토트넘은 방콕에서 레스터 시티와 친선 경기를 예정했으나 폭우로 인해 취소됐다. AS 로마와 경기는 상대 사정으로 인해 무산됐다.
그나마 전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상대는 바르셀로나였는데 2-4로 패배했다. 시즌 시작도 다소 불안했다. 토트넘은 EPL 1라운드에서 브렌트포드를 만나 2-2 무승부를 거뒀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번 시즌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가 현실적인 목표로 보였다.
반전이 시작됐다. 2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더니 리그 4연승을 달렸다. 중간에 풀럼 상대로 EFL 컵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배했으나 토트넘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6라운드에서 ‘북런던 더비’ 아스널을 만나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7라운드 리버풀전에선 혈투 끝에 2-1 승리했다. 루턴 타운, 풀럼 등 꼭 잡아야 하는 팀에도 승점 3점을 획득했다.
리그 10경기에서 8승 2무를 달렸다. 리그 1위 자리도 토트넘의 몫이었다. 구단 창단 이래 찾아볼 수 없었던 최고의 출발이었다. 최근 3년간 EPL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보다 흐름이 좋았다.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다. 우선 신입생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레스터 시티에서 이적한 제임스 매디슨은 팀에 부족했던 창의성을 불어넣었다. 독일에서 넘어온 판 더 펜은 수비진에 속도를 더했다.
기존 선수들의 재발견도 있었다. 케인의 자리는 손흥민이 완벽히 대체했다. 이탈리아로 임대를 떠났던 데스티니 우도지가 왼쪽 수비를 책임졌다. 자리를 잡지 못했던 이브 비수마와 파페 사르도 중원 핵심으로 도약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지도력도 주요했다. 빅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감독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특유의 공격 축구를 토트넘에 이식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전술 변화와 선수 교체 타이밍도 훌륭했다.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다. 한 경기 만에 많은 부분이 무너졌다. 직전 첼시전에서 믿었던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데스티니 우도지가 퇴장당했다. 판 더 펜과 매디슨은 부상으로 일찍 경기장을 떠났다. 특히 판 더 펜은 의료진의 부축을 받아 나가야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장기 부상이 의심된다.
당장 다음 경기부터 걱정이다. 토트넘은 리그 12라운드에서 울버햄튼 원더러스를 만난다. 상대의 강점은 공격이다. 황희찬, 마테우스 쿠냐, 페드로 네투 등 리그 수위급 자원이 있다. 물론 네투가 부상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토트넘 수비 출혈이 더 크다.
앞으로 일정도 빡빡하다. 11월 A매치 기간 이후 아스톤 빌라(5위), 맨체스터 시티(1위), 뉴캐슬 유나이티드(6위) 등 까다로운 상대와 경기가 예정돼 있다.
오는 1월에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열린다. 여기에 손흥민과 사르, 비수마가 차출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주축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동안 팀이 흔들린다면, 1위 맨시티와 격차는 순식간에 벌어질 수도 있다. 토트넘이 오랫동안 바라던 ‘EPL 우승’을 위해선 이번 겨울을 잘 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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