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 최대 규모 KTX 정비소가 국가보안시설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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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
고속열차 KTX의 1년 주행거리다.
내년 초엔 국내에서 가장 빠른 시속 352㎞짜리 4세대 KTX(EMU-320) 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사흘간 5,000㎞ 달린 KTX는 여기로 들어와 차량 세척과 기본 정비를 받고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더 세세한 점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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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KTX 자립화, 정비기술도 독립"
'60만㎞.'
고속열차 KTX의 1년 주행거리다. 지구를 15바퀴(지구 둘레 4만㎞) 돌고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까지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이게 끝이 아니다. KTX의 사용 연한은 30년. 전 생애주기 동안 무려 1,800만㎞를 질주한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한국은 2004년 철도 선진국 프랑스에서 고속철도 기술을 도입해 1세대 KTX를 선보인 뒤 2010년 자체 기술로 'KTX-산천'을 제작하며 세계 4번째로 고속철도 기술 보유국이 됐다. 내년 초엔 국내에서 가장 빠른 시속 352㎞짜리 4세대 KTX(EMU-320) 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아무리 첨단 KTX가 들어와도 정비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고속철도 정비기술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일부 기술을 프랑스에 역수출할 정도다.
7일 서울역에서 현재 시험운행 중인 4세대 KTX를 타고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한국철도(코레일)의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을 찾았다. 오직 KTX만 정비하는 'KTX 전용 정비소'다. 길이 200m짜리 KTX가 드나드는 만큼 큰 규모겠거니 짐작은 했지만, 실제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축구장 200개를 합친 142만㎡ 규모로 프랑스의 대표 고속열차 정비소(비샤임)보다 6배나 넓다. 세계 최대 규모 수준으로 추정된다. 밤낮없이 돌아가는 이곳에선 1,000여 명이 일한다.
KTX 정비는 사나흘에 한 번꼴로 이뤄진다. 사흘간 5,000㎞ 달린 KTX는 여기로 들어와 차량 세척과 기본 정비를 받고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더 세세한 점검을 받는다. 주행거리가 60만㎞에 이르는 1년째엔 전반 정비라 해서 훨씬 세밀한 점검이 이뤄진다.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점검의 상당 부분을 컴퓨터와 로봇이 대신한다. 쇠로 된 열차 바퀴(차륜)는 초기에 기중기를 이용해 들어 올려 깎기와 같은 작업을 했다면 지금은 로봇이 자동으로 수행한다.
이처럼 사용 연한 15년 미만의 KTX가 수시로 들어와 정비를 받는 곳이 경정비동이라면 사용 연한 15년이 도래한 고참 KTX는 중정비동으로 옮겨져 3개월에 걸친 대수선 정비를 받는다. 남은 15년을 다시 달리기 위해 새로 태어나는 과정이다. 참고로 경정비동과 중정비동을 함께 갖춘 곳은 전 세계에서 여기가 유일하다.
중정비동에 들어온 KTX는 완전히 해체돼 부품 하나하나 정밀 점검을 받는다. 중정비동 입구에 들어선 자동화 창고에 보관된 부품만 1만1,000개에 이른다. 컴퓨터에 특정 부품을 입력하면 로봇이 1~2분 만에 꺼내온다. 전체 KTX를 한 번에 들어 올릴 수 있는 동시인양기를 비롯해 전기가 동력인 KTX의 각종 전자제어장치를 자동으로 시험하는 차상컴퓨터시뮬레이터도 눈에 띄었다. 중정비동에선 보통 3, 4대의 KTX가 점검을 받는다. 이를 위해 38개의 선로가 깔려 있는데 길이로 환산하면 서울~수원 거리인 48㎞에 이른다.
중정비동에선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1세대 KTX 46편이 대수선 정비를 받아 새 KTX로 거듭났다. 올해 1월부턴 2세대 KTX인 KTX-산천이 차례로 옮겨지고 있다. 조만간엔 4세대 KTX를 위한 전용 정비소도 들어설 예정이다.
직원들 얼굴엔 KTX 정비기술 독립을 상당 부분 이뤄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KTX 정비기술도 국가 자산인 터라 이곳은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돼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이날 기자단과 함께한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실시간으로 차량 고장을 예측하고 정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를 수 있게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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