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덕’ 닭의 군무, 시트콤처럼 배꼽잡는 발레 ‘고집쟁이 딸’ [리뷰]
지난해 국내초연 이어 다시 무대에
말괄량이 딸의 연애 둘러싼 소동극
무용수들 익살스런 연기 합 돋보여
이 작품은 1789년 프랑스 혁명 직전에 초연돼 현존하는 전막 발레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9세기까지 상연되다가 명맥이 끊겼는데, 20세기 재안무가 이뤄지면서 다시 빛을 봤다. 국립발레단은 1960년 영국 로열발레단의 프레데릭 애쉬튼 안무 버전으로 지난해 국내 초연한 후 다시 정기공연으로 선보인다.
정식 개막에 앞서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 언론 시연회에서 수석무용수 박슬기와 허서명이 각각 고집쟁이 딸인 주인공 리즈와 그의 연인 농촌 총각 콜라스를 맡았다. 쉴 새 없이 스킨십을 하는 풋풋한 연인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안정적인 실력을 뽐냈다. 분홍색 리본은 이들 사랑의 징표인데, 특히 1막 2장에서 리본을 활용한 8인 군무와 커플의 파드되(2인무)가 함께 펼쳐져 작품을 통틀어 최고의 명장면을 완성했다. 도니제니 오페라 ‘사랑의 묘약’ 속 익숙한 선율이 흘러 동작의 아름다움을 한층 끌어올린다.
콜라스와 딸의 연애를 반대하며 부잣집 아들에게 시집 보내려는 엄마 시몬 역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발레리노가 여장한 채 역할을 소화하며 시시때때로 관객의 웃음을 노린다. 이날 솔리스트 배민순은 익살맞은 몸짓과 표정으로 시몬의 강압적이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면모를 연기했고, 여느 시트콤 못지않은 웃음을 끌어냈다. 영국 민속 무용에서 차용된 ‘나막신 춤’도 경쾌한 스텝과 넘치는 힘으로 춰 보였다. 애증의 관계로 뒤엉킨 모녀의 관계를 무대 위에서 만들어낸 두 무용수간 연기 궁합도 좋았다. 엄마는 말 안 듣는 딸을 잡아다가 엉덩이를 때리고, 딸은 엄마를 골탕 먹이며 호시탐탐 집 밖으로 나갈 궁리만 한다.
극의 시작부터 등장해 농장의 풍경을 완성하는 수탉과 암탉들, 어딘가 어설픈 몸짓으로 극의 마지막 장면까지 책임지는 부잣집 아들 알랭 등 주인공 외 개성 넘치는 씬스틸러의 향연이다. 무용수 개개인에게 초고난도 기교를 요구하는 작품은 아니라지만, 음악에 딱딱 들어맞는 무대 위 흥겨운 합이 돋보인다. 12일까지 총 6회차 공연에서 박슬기-허서명 외에 조연재-박종석, 심현희-하지석 페어가 무대에 선다. 시몬 역은 배민순과 김명규B가 나눠 맡는다. 입장 나이 7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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