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카잔→올림피아코스 이어 즈베즈다에서도...'황인범의 독박 축구는 계속'
[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 이전 팀에서 뛸 때처럼 황인범만 유독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8일 오전 5시(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위치한 스타디온 라이코 미티치에서 열린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G조 4차전에서 라이프치히에 1-2로 패배했다. 이로써 즈베즈다는 1무 3패(승점 1)로 조 2위 라이프치히(승점 9)에 승점 8점이 부족해 잔여 경기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홈팀 즈베즈다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황인범과 함께 장 필립 크라소, 블라디미르 루치치, 미르코 이바니치, 오스만 부카리, 겔로르 캉가, 밀란 로디치, 나세르 지가, 알렉산드르 드라고비치, 스르쟌 미야일로비치, 옴리 글레이저가 출격했다.
즈베즈다는 홈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매섭게 공격을 하는 라이프치히에 고전을 했다. 라이프치히는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사비 시몬스가 페널티 박스 밖부터 안으로 진입한 뒤 대각선 방향에서 감아 찼다. 공은 파 포스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시몬스 득점 이후에도 라이프치히의 강력한 공세가 이어졌다.
서서히 즈베즈다가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황인범의 영향력이 빛이 났다. 황인범은 라이프치히 공격을 저지하면서도 역습의 시발점 역할을 해줬다. 앞으로 패스를 공급하면서 대등한 흐름이 유지되도록 했다. 적극적으로 경합을 시도했는데 밀리지 않는 모습이 돋보였다. 황인범의 분투와 함께 즈베즈다는 살아나기 시작했는데 야니스 블라스비히 선방에 계속 막히면서 고개를 숙였다.
로이스 오펜다 추가골이 나오면서 라이프치히가 차이를 벌렸다. 후반 36분 벤자민 헨리히 자책골이 나오면서 즈베즈다가 추격을 시작했다. 여러 차례 공격 기회를 잡았지만 라이프치히 수비수들의 육탄 방어와 블라스비히의 안정적인 선방에 좌절했다. 결국 경기는 라이프치히의 2-1 승리로 종료됐다. 1무 3패를 기록한 즈베즈다는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이제 BSC 영 보이스와 3위 자리를 놓고 다툴 예정이다.
[기분 탓일까? 또 황인범만 보인다]
이날 황인범은 선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공 터치 71회, 패스 성공률 82%(55회 시도, 45회 성공), 키 패스 1회, 슈팅 2회, 공격 지역 패스 6회, 크로스 1회 성공(2회 시도), 롱 패스 4회 성공(7회 시도), 태클 3회 성공, 가로채기 1회, 리커버리 8회, 지상 경합 7회 성공(11회 시도), 피파울 1회 등을 기록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황인범은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12.41km'를 누빈 것으로 밝혀졌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은 즈베즈다 선수 중 황인범에게 유일하게 평점 7점 이상을 부여했다. 7점 이상부터 초록불이 들어오는데, 황인범 주위는 전부 주황불(7점 이하)이었다. 다른 매체들도 비슷한 평가를 했다. 그만큼 황인범은 돋보였다. 황인범의 분투가 승리로 이어지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나 좋은 활약을 보인 건 분명했다.
이전 팀들에서도 황인범은 마찬가지였다.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후 해외 진출을 선언한 황인범은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의 밴쿠버 화이트캡스에 입단했다. 황인범은 K리그, 아시아에서 온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적응을 했고 핵심 선수로 발돋움했다. 황인범이 없으면 공격 전개는 물론, 중원 운영이 안 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루빈 카잔에서도 그랬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소속 카잔으로 가며 황인범은 유럽 진출에 성공했는데 밴쿠버 때와 마찬가지로 홀로 중원에서 빛이 났다. 지원을 받고 활약을 하기보다 엄청난 영향력 속에서 전방위적으로 지원을 해줬다. 유럽에 처음 입성한 선수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FC서울에 단기 임대를 떠나면서 유럽 경력이 중단됐는데 2022년 그리스 명문 올림피아코스로 가면서 다시 유럽 땅에 발을 들였다.
올림피아코스에서도 황인범은 황인범이었다. 개인 능력이나 활약은 역시 좋았고 밴쿠버, 카잔 때와 마찬가지로 중원 영향력이 대단했다. '코리안리거라서'가 아닌 중립적으로 봐도 황인범만 보였다. 올림피아코스와 계약 분쟁 후 세르비아 명문 즈베즈다로 간 황인범은 마찬가지로 '독박 축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원에서 궂은 일을 하고 전진 패스를 공급하고 올라가 기회까지 만드는 건 황인범이 유일하다.
라이프치히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황인범은 ""현재 내 경기력과 팀에 제공하는 것에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국내 리그와 새로운 팀원들에게 적응하고 있으며 커리어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뛰고 있다. 앞으로 더 발전하고 싶고, 개인적으로나 팀으로서 더 나은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할 수 있다. 더불어 팀이 승리하고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는데 이미 황인범은 충분히 잘 녹아 들었고 제 역할을 다해주는 중이다.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즈베즈다는 황인범에게 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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