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자금조달 50% 급감… 건물 헐값에 팔아 겨우 버틴다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11. 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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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업계가 지난 10월 한 달간 조달한 자금이 1년 전 같은 기간의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판궁성 총재 역시 지난 8일 "지방정부, 업계 등과 적극 협력해 금융기관이 부동산 신용, 채권 및 기타 주요 자금 조달 채널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소유 형태 기업의 합리적인 자금 조달 수요를 차별 없이 충족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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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 기업 10월 조달액, 전년比 52%↓
민간기업에 국유자본 섞인 혼합 기업도 위태
中, “기업 형태 관계없이 차별 없는 조달 지원”
업계는 미온적… “투자자 신뢰 구축 어렵다”

중국 부동산 업계가 지난 10월 한 달간 조달한 자금이 1년 전 같은 기간의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끊이지 않자, 금융권도 이들에 대한 자금 창구를 닫아버린 것이다. 돈 빌리기가 힘들어진 부동산 기업들은 보유한 자산을 매각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부동산 업계의 막힌 혈을 뚫어주기 위해 국유기업 우대 관행을 없애고 차별 없이 자금 조달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8일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80개 부동산 회사가 지난 10월 한 달간 조달한 자금은 총 213억6000만위안(약 3조8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9%, 전월 대비 41.5% 감소하며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채권만 살펴보면, 한 달간 발행 규모는 60억20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4% 급감했다.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고, 중국 내에서 채권을 발행한 기업은 국유기업뿐이었다.

중국 산둥성 성도 지난시의 미완공 아파트. /김남희 기자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비구이위안, 시노오션 등에서 비롯된 부동산 기업의 건전성 우려가 혼합소유 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혼합소유 기업이란 국유자본과 민간자본이 합쳐진 형태로, 민간 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간 기업을 넘어 혼합소유 기업까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회사채 가격이 부실 수준으로 급락한 완커가 대표적이다. 완커는 선전시지하철그룹이 29%, 자사주 33%, 홍콩계 투자회사 11% 등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혼합소유 기업이다.

2020년 헝다 사태 이후 수년째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결국 보유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중쥔그룹 계열 중쥔자산이 그룹 내 또 다른 계열사인 중쥔상업관리에 베이징 아울렛 쇼핑센터를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쇼핑센터의 토지 취득, 건설 및 개발 비용은 총 14억위안(약 2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는데, 중쥔자산은 겨우 10억9000만위안에 넘겼다. 중쥔그룹 측은 이번 매각에 대해 “현금 흐름이 늘어나 운영 능력이 개선될 것”이라며 “주택 개발 및 건설 진행, 분양 보증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업계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부동산 부문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필수적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주재한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는 국영기업 외 혼합소유, 민간소유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 나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판궁성 총재 역시 지난 8일 “지방정부, 업계 등과 적극 협력해 금융기관이 부동산 신용, 채권 및 기타 주요 자금 조달 채널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소유 형태 기업의 합리적인 자금 조달 수요를 차별 없이 충족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중국 정부의 계획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제일재경은 “업계는 여전히 정책의 효과에 대해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민간 부동산 기업의 매출 감소율이 업계 평균보다 높은 데다 위태로운 사건들이 수시로 발생해 투자자의 신뢰를 구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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