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차기 대법원장 ‘보수 성향’ 조희대 전 대법관 지명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대법관에 임명
2020년 퇴임, 성균관대 법전원 석좌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신임 대법원장에 조희대 전 대법관(66·사진)을 지명했다. 조 지명자는 사법부 내 대표적인 보수 성향 엘리트 법관으로 꼽힌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조희대 지명자는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하여 사법부를 이끌어 나감으로써 사법에 대한 신뢰를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지명자는 경북 경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사법연수원 13기)한 뒤 1986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 대구지방법원장, 대법관 등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대법관에 임명돼 2020년 퇴임한 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맡았다.

김 실장은 “대법관으로서도 원칙론자로 정평이 날 정도로 법과 원칙이 바로 선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력을 보여왔다”며 “또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 보호에도 앞장서 왔다”며 지명 이유를 밝혔다.

조 지명자는 보수 성향 법관으로 법원 내에서는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국정농단, 양심적 병역거부 등 주요 사건에서 보수적인 소수의견을 내면서 ‘미스터 소수의견’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8월 윤 대통령이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할 당시에도 유력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된 바 있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 자리는 이 전 후보자가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한 달 넘게 공백 상태가 이어져 왔다.

조 전 대법관의 짧은 임기를 두고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대법관이 임명될 경우 대법원장 정년(70세) 규정에 따라 임기 6년이 아닌 3년 반 동안 사법부 수장을 맡게 된다. 앞서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돼 오는 1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임명될 경우 11개월 임기를 맡게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후임자를 고르는 데 있어서 국회를 통과하고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오래되면 안 되니까 거기에 신경을 많이 썼고, 이분이 국회에서도 야당에서도 큰 문제 없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임기를) 한 4년 정도 하시는 걸로 되어있는데, 과거에도 보면 다 안 채우고 하신 분들이 세 번 정도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 지명자가) 대법관을 하고 나서도 고소득을 할 수 있는 변호사를 안 하고 대학원에서 후학 양성을 했고, 인품이라든지 그런 것으로 봐서 (국회 인준 절차를) 충분히 통과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임기를 6년 채울 수 없음에도 조 지명자를 발탁한 이유는 보수성향 법관으로 검증된 조 지명자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개혁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5명 안팎의 후보군을 놓고 인사 검증을 해왔다. 김형두 헌법재판관도 후보자로 검토됐으나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2인자인 차장을 지낸 점이 결격사유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개혁하기에 적합한 인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동의가 가결 요건이다. 이에 따라 국회 의석 과반을 점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표심이 관건이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