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스포츠 데이터 업체 옵타 전문가도 인정한 ‘EPL킹 손&황’

황민국 기자 2023. 11. 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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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베이트먼 옵타 데이터 인사이트 총괄 이사가 지난 7일 서울 경향신문 본사에서 축구에서 스포츠 데이터의 발견으로 달라진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황민국 기자



최근 아시아 전역을 누비고 있는 롭 베이트먼 옵타(Opta) 데이터 인사이트 총괄 이사(58)는 스포츠 통계 전도사로 불린다. 과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스포츠 데이터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발굴한 숫자로 팬들은 스포츠의 숨겨진 스토리를 즐기고, 감독과 선수는 승리로 가는 지름길을 얻고 있다. 베이트먼 이사는 7일 스포츠경향에서 만난 자리에서 “스포츠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보면 달라지는 스포츠…“손흥민과 황희찬은 EPL 최고”

평범한 광고 마케터였던 그는 1998년 옵타에 입사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옵타를 상징하는 트윗(현 X) 계정(Optajoe)이 바로 그가 만들어낸 첫 작품이다.

베이트먼 이사는 “좋아하는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코칭 수업은 나와 맞지 않았고 광고계에서 일했던 경력으로 아스널 팬진에 글을 쓴 것이 인연이 돼 스포츠 데이터 전문가가 됐다”고 떠올렸다.

당시만 해도 옵타는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중계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분석팀에 불과했지만, 그가 데이터에서 발견한 스토리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세계에서 핫한 스포츠통계업체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의 리더인 스태츠와 합병하면서 이 분야의 진정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옵타의 데이터 인사이트팀만 21개 나라에서 120명의 직원이 통계 자료를 다루고 있을 정도다. 각국의 미디어 및 빅테크 기업이 주요 고객인데, 한국에서도 조금씩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베이트먼 이사는 한국 언론이 통계를 활용해 EPL을 호령하고 있는 손흥민(31·토트넘)과 황희찬(27·울버햄프턴)의 숨겨진 가치를 검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흥민은 EPL 득점 공동 2위(8골), 황희찬이 득점 공동 6위(6골)를 달리면서 이미 크게 각광받는 터라 의아했다.

황희찬의 기대 득점 지표 | 스포츠 통계업체 옵타 제공



베이트먼 이사는 골잡이의 덕목인 골 결정력을 주목했다. 두 선수의 EPL 실제 득점에서 슈팅에 따른 기대 득점(xG)을 빼면 골잡이로 얼마나 빼어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트만 이사는 “우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황희찬은 기대득점 2.4골의 슈팅 상황에서 6골을 넣었고(+3.6), 손흥민은 4.5골이 기대되는 슈팅으로 8골을 넣었다(+3.5). 두 선수가 이 부문 EPL 1~2위”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이자 이번 시즌 득점 선두인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은 11골을 넣었는데 기대득점은 정직한 수준인 10.6이라는 점에서 비교된다.

베이트먼 이사는 “황희찬이 조금 약한 팀에서 뛰다보니 골을 넣은 경기에서도 이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손흥민은 해리 케인(30·바이에른 뮌헨)이 떠난 빈 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아스널 팬인 나로선 답답하다. 아스널 상대로 최근 8경기에서 6골 2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도 하루 빨리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야 한다”고 탄식의 농담을 했다.

손흥민의 기대 득점 지표 | 스포츠 통계업체 옵타 제공



■데이터가 스포츠 관전법의 하나?…김민재 스카우팅도 통계의 힘

베이트먼 이사는 스포츠 통계를 활용하는 분야가 점점 늘어가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그라운드에서 전자장치의 반입을 허가한 뒤 각국 축구팀이 전술과 전략 그리고 스카우팅까지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축구팀의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스카우팅의 변화가 가장 극명하다. 제한된 예산에서 최적의 선수를 데려오는 방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한 클럽이 중앙 수비수를 데려오고 싶을 때 전세계의 모든 선수를 살펴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팀에 필요한 장점을 데이터로 걸러내면 영입 작업이 수월해진다”면서 “강팀은 패스를 잘하는 수비수, 약팀은 열심히 뛰고 수비 잘하는 선수를 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베이트먼 이사는 지난 여름 아시아 선수 최고 몸값을 기록한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50)이 평소 수비수의 덕목으로 패스를 강조했는데, 김민재의 최고 강점이기도 하다. 김민재는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 시절 35경기를 뛰면서 패스 시도(2799회)와 성공 횟수(2547회)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뮌헨은 옵타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구단이기도 하다.

베이트먼 이사는 “뮌헨은 우리의 데이터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의 관찰과 훈련 데이터, 의료 데이터 등도 함께 활용해 (김민재를 영입하는)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트먼 이사는 손흥민과 황희찬, 김민재 등 톱 클래스 선수들이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하다는 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옵타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당시 영국방송 BBC의 의뢰로 월드컵 활약상을 미리 예상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큰 화제를 모았다. 베이트먼 이사는 “아시안컵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이 1960년 이후 아직 우승하지 못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한국이 내년 대회에서 우승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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