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보다 미래"···SK바사의 사업전략은?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가 최근 3분기 흑자 전환을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올해 간신히 흑자를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내년 전망이 흐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실적보다 투자에 집중할 시기라며 다소 엉뚱한 소리를 한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 '누이 좋고 매부 좋고'···글로컬라이제이션 본격화
SK바사는 지난 3일 카세야 아프리카질병관리통제센터(CDC) 사무총장을 손님으로 맞았다. 카세야 사무총장은 판교 SK바사 본사에서 아프리카 내 백신 자급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SK바사가 진행중인 글로컬라이제이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뤄진 이벤트였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SK바사의 생산역량을 사업모델화하는 프로젝트다. 백신을 자체 생산하기 어려운 나라에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을 이식하는 내용이다. 해당 국가는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고, SK는 그 공장에서 백신을 생산해 주변 국가들에 판매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태국과 세르비아에서 진행되고 있다. SK바사는 지난 7월 첫 글로컬라이제이션 파트너로 태국 국영 제약사 'GPO'를 선택했다. 향후 태국 내에 있는 공장을 리모델링 하는 방식으로 생산기술을 이전할 예정이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더불어 의약품 시장이 큰 국가여서 향후 확장성이 기대된다.
세르비아의 경우 지난 9월 아나 브르나비치 총리가 직접 찾아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바사는 세르비아 제약사 프론티어바이오파마와 함께 투자 규모 등 세부적인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은 나라들이 자국내 백신 생산시설 확보 필요성을 느꼈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그런 니즈를 충족시키는 형태"라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겨냥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는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는 기술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거나 조작해 제조한 세포치료제 △유전자의 결함을 교정하거나 작용을 억제 및 증폭하는 유전자치료제 △생체 외에서 유전자 변형을 유도해 환자에 이식하는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를 모두 포함한다.
SK바사도 CGT를 겨냥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우선 바이럴벡터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추후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으로 범위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바이럴벡터는 유전물질을 세포나 생체에 주입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이용해 개발된 운반체다. 바이럴벡터 기술은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에 모두 쓰여 범용성이 있다.
SK바사는 송도에 짓고 있는 '글로벌 R&PD센터'에 CGT 등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소규모 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CGT 관련 플랫폼 기업 M&A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블록버스터 백신 5개 만들겠다"
이 회사는 자체 백신 중 5개를 블록버스터로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제품당 수천억원~조 단위 이상의 매출을 내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 지목한 파이프라인에는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범용 코로나 백신(Pan-sarbeco)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이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건 글로벌 백신 기업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이다. 2014년 시작된 프로젝트는 지난 6월 글로벌 임상2상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 중 임상 3상에 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SK바사는 2027년을 전후로 품목 허가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 인증을 획득할 계획이다. 상용화될 경우 약 9조5000억원에 이르는 글로벌 폐렴백신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기술력을 전세계에 알렸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갖게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적어도 3~5년은 투자에 집중해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옥현 기자 (okh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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