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파견자들’로 돌아온 김초엽 작가 [저자와의 만남]

송상호 기자 2023. 11. 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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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가 신간 '파견자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송상호기자

 

“그리고 이렇게 먼 곳으로 와서야 태린은 알았다. 증오하는 것들이 처음부터 분리될 수 없는 자신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면, 더 멀리까지 올 수 있다고.” (김초엽, ‘파견자들’ 中)

소설 ‘파견자들’은 질문한다. 개인이 아닌 나를 상상할 수 있을까? 무언가와 연결되거나, 전체이면서 부분이기도 한 그런 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인간의 삶은 원래 살아 있는 다른 존재와 무생물 등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빚지고 있기 때문에 성립되는 질문이다.

지하와 지상으로 분리된 세계. ‘파견자’로 불리는 이들은 지상을 탐험하고 정복해 지하 속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들이다. 태린 역시 파견자를 꿈꾸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다. 함께하는 무언가로 인해 태린이 혼란을 겪는 과정을 통해 소설은 ‘공존’과 ‘공생’의 키워드를 끌고 온다.

지난달 13일 출간된 신작 ‘파견자들’로 다시 독자들과 마주한 김초엽 소설가.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숱한 단편 소설, 논픽션과 에세이, 중편 소설 그리고 2년 전 나온 첫 장편 ‘지구 끝의 온실’에 이어 두 번째 장편까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담백한 문체 사이로 요동치는 감정의 파형들. 김초엽 작가의 글 속엔 공존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마주 보다가 어느새 연결되고 마침내 접촉하고 있다.

그의 세계에선 언제나 대상과의 거리를 의식하는 존재들이 계속해서 모습을 비춘다. 가깝지만 먼, 낯설지만 친숙한, 애정과 증오가 느슨하게 뒤섞인 그런 것들. ‘파견자들’의 태린도 내 안에서 공생하는 무언가와 끊임없이 거리감을 가늠하고 있다.

그의 소설은 인간을 둘러싼 수많은 환경과 상황을 거치면서, 기계나 외계의 존재 등 비인간의 관점에서 인간을 응시하는 작업을 반드시 수행한다. 그가 이런 방식으로 인간과 그 주변을 다루는 이유는 인간이 그 자체로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 복잡한 존재라는 데에서 비롯된다.

김 작가는 “절대로 그럴 거라고 상상할 수 없는 환경에서조차 누군가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타인을 거리낌 없이 돕는다”며 “어두운 현실에 매몰되더라도 그 속에서 조금 더 나은 점이 무엇이 있을지 주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SF 장르에 주로 머무는 행보에 관해서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가장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라며 “인간을 마주할 때면 추상과 관념의 영역보다 인간이라는 물질 자체가 궁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신작에 관해 김초엽 작가는 “첫 장편인 ‘지구 끝의 온실’을 읽은 독자 중엔 액자식 구성이 반복되는 등 단편에 적합한 구조로 여긴 분이 많은데 이번 장편은 처음부터 긴 호흡으로 몰입한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 첫 장편 작업과는 달리 어느 정도 갖춰진 틀에 들어맞게 집필하는 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집필 당시 영향을 받았던 작품 중에 영화 ‘경계선’을 꼽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할 수 있는지, 옳은 일을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저버릴 수 있는지 이야기로 풀어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닿았다”는 그의 말처럼 독자들은 태린과 이제프의 서사에서 그런 점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김 작가는 ‘파견자들’을 쓰는 동안 ‘공존’과 ‘공생’에 대한 생각을 많이 곱씹었다고 말한다.

그는 “공존이나 공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그저 편하고 좋게만 다가올 때가 있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에게 고통이 격렬하게 또 치열하게 침투하는 관계”라며 “어떤 존재와 함께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함께 하다 보면 서로 많은 걸 내어줘야 하지 않나. 이번 작업은 그런 점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다”고 전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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