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판’ 쏟아내는 정부… 업계 “장대비는 피하자” [한양경제]

이승욱 기자 2023. 11. 8. 14: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尹 ‘은행 종노릇’ 발언 뒤 정부·여당 은행권 연일 비판
시중 은행, 관망 속 예의주시…‘상생 금융’ 추진 속도
‘관치 금융 연상’ 반응도…“비판 강도 너무 세” 우려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 이어 금융당국까지 가세해 시중 은행을 향한 압박 강도를 연일 높이자 업계가 바짝 ‘긴장 모드’에 들어간 형국이다. 고금리와 이자 마진 등 은행업계로서는 민감한 소재가 집중 거론되자, 업계는 “관망하고 있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보이면서도 ‘상생 금융 도입’ 추진 등 자칫 불어닥칠 ‘장대비 피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이복현 금융감독원 등 경제당국 수장들이 연일 은행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자 발언의 진의 파악에 나서는 등 사태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시중 은행 한 임원급 인사는 “은행을 비판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사태를 관망하는 정도라고 봐야 할 것 같다”면서 “하지만 비판 발언이 전방위로 나오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 없으니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은행업계를 향한 ‘경고 시그널’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은행 종노릇’ 발언을 한 이후 발언의 강도와 빈도는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대출 원리금 상황에 갖다 바치고 있다”면서 “마치 은행에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은행 이자 수익’을 거론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추 부총리는 “은행이 막대한 이자 수익을 올리는 상황에 대해 국민 시선이 곱지 않다”면서 “그동안 대출이 크게 늘고 금리도 가파르게 올랐다. 이자 수익을 중심으로 금융권, 특히 은행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또 “중산층과 서민층, 민생은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상생 금융 차원에서 특히 어려운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을 낮춰주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금융 부담 완화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도 연이어 은행권을 향한 상생 금융 압박에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 산업이 반도체나 자동차만큼 혁신을 해서 60조원의 이자이익을 얻은 건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들이 은행에 대해 불만 같은 비난을 왜 하는지, 왜 문제를 제기하는지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중 은행들도 ‘상생 금융’이 강조되는 시기에 맞춰 이미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30만명을 대상으로 총 1천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대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의 상생금융안은 △11만명의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 대상 ‘이자 캐시백’(665억원) 지급 △금융취약 자영업자 대상 에너지 생활비 지원(300억원) △신규 가맹 소상공인 대상 통신비 지원(20억원) △개인사업자 대출 고객 일부 컨설팅 비용 지원(15억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부터 △7% 이상 대출에 대한 최대 3%포인트 금리 인하 △신용보증기금 매출채권보험 이용고객 보험료 지원 △신용등급 하락 차주의 금리 상승분 최대 1%포인트 인하 △코로나19 이차보전대출 지원 종료 차주 대상 이자 지원 △연체이자 2%포인트 감면 △변동금리대출의 고정금리대출 전환 시 금리 우대 등 중소법인을 위한 862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외에도 △정책 대출 상품 이용 차주 금리 2%p 완화(230억원) △대출중개 플랫폼 신규 개발 및 상생금융 바우처 제공(50억원) △신용보증재단 특별출연을 통한 저금리 특례보증 신상품 등 지원(135억원) △전세대출 및 버팀목전세대출 상품 이용 고객 대상 10만원 캐시백(25억원) 등의 신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KB국민은행은 구체적인 상생금융안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현재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다만 지난 3월부터 제2금융권 고리 이자를 사용하고 있는 저신용자들을 위한 5천억원 규모의 대환 상품인 KB국민희망대출 상품 판매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아예 ‘상생금융 TFT’를 발족해 기존 상생금융부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우리은행은 소상공인·자영업자·청년 등 금융 취약층에 지원을 추가한 상생금융 패키지를 핵심 주제로 설정했다. 기존 대출 차주 금리 부담 경감을 위한 저금리 대환대출 공급 확대하고, 자영업자 입출식 통장에 대해 특별우대금리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은행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적극적인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는 못하고 있다.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발(發)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기준금리 상승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자 마진을 축소할 경우 수익 악화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관치금융’이 다시 연상된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의 수익 문제와 관련한 발언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한다”면서도 “하지만 비판 수준이나 강도는 너무 과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업계가 금리를 올리든 낮추든 비판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면서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