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C 투자 성공 뒤엔···철저한 성과 보상주의 있었죠”
투명 이사회·500% 상여와
볼트온 전략으로 가치 높여
매각자인 SKC와 협상통해
2대주주로 남아서 ‘눈길’
최근 서울 삼성동 사무실서 만난 전제모 헬리오스PE 대표는 지난달 최종 성사된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기업 ‘ISC 매각’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헬리오스PE는 2021년 7월 ISC 경영권 지분 31.5%를 1585억원에 인수하고, 이를 최근 SKC에 팔아 2년 3개월만에 2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연환산 내부수익률(IRR)이 36%에 달한다. IT분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투자를 전문으로하는 헬리오스PE는 이동통신 장비업체 이노와이어리, 클라우드 보안소프트웨어 기업 에이브포인트 투자를 통해 원금의 1.5배~1.8배를 회수하기도 했다.
실제로 ISC 실적은 헬리오스PE가 인수후 개선됐다. 매출액은 2021년 1446억원서 2022년 1789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021년 375억원서 2022년 559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덕분에 ISC 기업가치 역시 2021년 5000억원서 올해 매각 당시 1조원대로 상승했다.
전 대표는 ISC 투자성공의 비결로 철저한 성과·보상주의 경영 등을 꼽았다.
헬리오스PE는 우선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2021년 인수 당시 ISC 내부 출신이자 반도체소켓 전문가인 김정렬 대표와 칼라일·LG CNS·KT 등서 종사하며 IT와 사모펀드를 두루 경험한 김상욱 대표를 공동대표로 내세웠다.
아울러 전 직원과 개별인터뷰를 통해 어떤 직원을 중용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ERP(전사자원관리)를 통해 해외지사까지 통틀어 회사 전 부서의 자금흐름을 살펴봤다. 전 대표는 “ERP를 통해 쓸데 없이 지출되는 비용을 줄이고 개별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이 보다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며 “보통 중견·중소기업은 시스템이 아니라 오더 리더십에 기반해 움직이곤 하는데, 이에 탈피해서 투명한 이사회를 구축하면서 전 직원에게 명확한 사업비전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ISC이사회는 연간 영업이익 500억원 달성시 기본급 대비 500%의 상여금(인센티브)을 주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직원들의 호응이 컸고 인수한지 1년 반 만에 목표치를 달성했다. ISC 실적이 좋아지다보니 덩달아 ISC 기업가치도 높아졌다.
이와 더불어 헬리오스PE는 볼트온 전략(유사한 기업을 인수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전략)도 나섰다.
반도체 테스트 소켓은 러버소켓과 포고소켓이 있었는데, ISC는 러버소켓, 그리고 경쟁사인 리노공업은 포커소켓에 강점을 보였다. 포고소켓이 반도체 테스트소켓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공략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ISC는 74억원을 들여서 지난해 4월 포고소켓 제조사인 프로웰을 인수했다. 프로웰은 인수 당시 60억원 매출규모의 회사였으나 ISC의 두터운 영업망과 접목해 시너지 효과가 나면서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매출 달성이 예상된다.
헬리오스PE는 ISC 매각 이후에도 인수자인 SKC와의 협상을 통해 2대 주주(지분 6.93%)로 남게 됐다. ISC가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편인지라, 매각 당시부터 2대 주주로 남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몇개 기업이 입찰에 응했고 이미 좋은 기업을 일군 헬리오스PE는 이들에 비해 협상력에서 우위가 있었다.
전 대표는 “올해는 3분기까지 글로벌 경기악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ISC가 다소 하락한 실적을 보였지만, 4분기를 시작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설비교체 증가와 인공지능 수요 확대 등으로 ISC 주력제품인 러버소켓 판매 증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때문에 이례적으로 ISC 2대 주주로서 재투자하는 컨티뉴에이션 펀드(제8호)를 결성했다. 기존 펀드 LP(출자자) 상당수가 8호 펀드에 재투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형 PE란 영구적으로 기업을 지배하기보다는 좋은 기업을 인수한 후 가치를 올려서 대기업에 판매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사모펀드는 좋은 기업을 키워내 자본차익을 얻고, 직원은 대기업 소속이 되는 것이니 서로 윈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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