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구했다, 이제 마블을 구할 차례···‘더 마블스’[리뷰]
악당이 계략을 꾸민다. 세상은 위기에 빠진다. 슈퍼히어로가 나서고, 우주를 구한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영화의 변치 않는 서사다. ‘세계관 최강 히어로’인 캡틴 마블의 두 번째 이야기 <더 마블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진짜 구원을 기다리는 것은 우주가 아닌 마블이다.
8일 한국 개봉한 <더 마블스>는 은하수를 수호하는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가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전혀 다른 시공간에 떨어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런 현상은 캡틴 마블 외에 그의 오랜 친구 딸이자 빛의 파장을 조작하는 히어로 ‘모니카 램보’(티오나 패리스), 하이틴 히어로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에게도 나타난다. 세 히어로는 우주 자원을 탐하는 크리족의 리더 다르-벤을 저지하기 위해 뜻하지 않은 팀플레이를 하게 된다.
영화는 3명의 히어로가 수시로 위치가 뒤바뀌는 약점을 극복하고 빌런 다르-벤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2020년대 주요 의제가 조금씩 끼어들며 메시지를 풍부하게 만든다. 크리족의 행성 할라가 겪는 대기오염이나 오랜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등은 기후위기에 빠진 지구를 은유한다. 이 밖에 비혈연 가족의 형성이나 여성 인권에도 연출자의 시선이 머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메가폰을 잡은 니아 다코스타는 1989년생 흑인 여성으로 마블 시리즈 감독 중 최연소다.
마블 시리즈 전매특허인 화려한 액션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히어로들의 위치가 시도 때도 없이 달라진다는 설정은 색다르면서 다소 정신없는 액션 시퀀스를 빚어낸다. 뛰어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광활한 우주의 모습도 볼거리다. 다르-벤에 의해 위기에 빠지는 행성 ‘알라드나’의 모습은 산토리니섬을 연상시킬 만큼 아름답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유머다. 단단한 팬덤을 구축한 마블 특유의 유머감각은 이번에도 발휘된다. 캡틴 마블 탄생기를 다룬 전작 <캡틴 마블>보다 유머의 농도가 한층 진해졌다. 고양이 같은 형상의 외계생명체 ‘구스’를 활용한 코미디에 마음 빼앗기지 않을 관객은 극히 적을 듯하다.
그러나 마블 시리즈가 최근 수년간 무한확장을 거듭해온 만큼 지금껏 벌어진 이야기를 꿰고 있는 관객이 아니라면 온전히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전사가 주재료인 특유의 유머에 웃으려면 시리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점은 <어벤져스> 시리즈 마무리 이후 잇단 흥행 실패로 부진을 겪고 재기를 노리는 마블에 약도 독도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더 마블스>가 배우 박서준의 할리우드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박서준은 아름다운 행성 알라드나의 왕자이자 캡틴 마블의 정략결혼 상대인 ‘얀’을 연기했다. 극 후반부 등장해 분량은 많지 않다. 그러나 노래로 소통하는 행성이라는 설정은 박서준이 짧은 시간 노래와 춤, 액션을 두루 선보이게 한다. 극 중 가장 코믹한 대목이기도 하다. K콘텐츠의 열렬한 소비자인 감독은 <이태원 클라쓰>를 보고 박서준을 캐스팅했다고 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5분.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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