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스페셜리스트’ GS칼텍스 김민지가 잡은 두 번째 기회 “쉽게 오지 않는 기회, 끝까지 살아남겠다”
5세트 12-11까지 쫓기는 상황. 권민지의 시간차 공격 성공으로 한숨을 돌린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한수지 대신 원포인트서버 김민지를 투입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김민지가 이날 ‘깜짝 스타’로 등극했다.
GS칼텍스는 지난 7일 한국도로공사와의 V리그 홈 경기에서 풀세트 끝에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원포인트서버인 김민지는 이날 3점을 올렸는데, 모두 장기인 서브로 만들어냈다. 고비마다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된 서브로 차 감독을 웃게 했다. 김민지는 2연속 서브 득점으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GS칼텍스는 먼저 두 세트를 내주며 힘든 경기를 했다. 차 감독은 3세트를 시작하며 선수들에게 “서브를 아끼지 말라”고 주문했다. 도로공사 수비를 흔들기 위한 승부수였는데, 김민지가 ‘서브 스페셜리스트’로 만점활약을 펼쳤다.
GS칼텍스는 15-15로 맞선 4세트 김민지의 서브권에서 7점을 뽑았다. 김민지는 20-15에서 도로공사 문정원으로 노린 서브로 생애 첫 V리그 득점까지 기록했다. 김민지는 “팀이 초반부터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고 지는 상황에서 기회가 주어질지 몰랐다. 감독님이 내보내주신 만큼 ‘내가 할 몫만 하고 나오자’는 생각으로 코트에 섰다. 서브가 잘 들어간 편은 아닌데 결과가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프로 2년차 김민지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흥국생명에서 방출된 선수다. 수련선수였는데 시즌 도중 이미 한 번 방출됐다가 대체선수로 등록되는 우여곡절까지 경험했다. GS칼텍스에는 테스트를 거쳐 들어왔다. 일신여상 시절 2년 연속 리베로상을 수상할 만큼 운동신경도 좋은 편이지만, GS칼텍스는 서브 능력을 높은 점수를 줬다.
시즌 전 KOVO컵에서 “고교 시절부터 (리베로로) 지켜봤고, 파이팅이 좋은 선수”라고 기대한 차 감독도 기뻐한 활약이었다. 김민지에게 정규시즌 서브 득점마다 10만원을 주겠다는 약속을 공개한 차 감독은 “(김민지가)오늘만 3개 적립했다”고 웃으면서 “4~5세트 중요한 순간에 분위기를 바꿨다. 서브가 좋은 선수”라고 소개했다. 김민지는 “KOVO컵부터 감독님이 보너스를 약속하셨다. 그때는 3만원을 받았는데 오늘 벌써 10배를 벌었다. 돈을 번 것 보다 감독님이 서브 득점 후 엄지를 들어주신게 기분이 좋다”며 행복해했다.
김민지의 서브에는 숨겨진 땀이 녹아 있다. 팀 동료 지젤 실바는 “김민지의 서브는 아주 좋다. 오늘 서브을 넣을 때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며 “매일 저녁 먹고 야간훈련에서 서브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라며 함께 기뻐했다. 김민지는 “야간 훈련을 하면서 코치님이 늘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앞으로도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흥국생명과 계약이 무산된 뒤 배구인생을 포기하려다가 코트로 돌아온 만큼 김민지의 배구는 간절하다. 김민지는 “두 번째 기회는 쉽게 안온다고 생각한다. 그 기회를 어렵게 잡으거니까 오래 살아남겠다. 끝까지 붙어 있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어 “일단 리베로 자리에서는 (한)다혜 언니가 잘하고 있으니, 서브 강점과 파이팅, 그리고 수비로 꾸준히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며 더 커진 욕심도 이야기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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