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다녀온 블링컨… '한미일 협력' 강조한 까닭?
'다극화' 경향 속 러북 협력 대두돼 역내 관여 필요성 커져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우리나라 방문을 앞두고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를 두고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 상황과 관련한 블링컨 장관의 '중재' 노력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일본 등 동북아시아 역내 동맹국들의 '협력' 만큼은 확실히 챙겨가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일본 도쿄를 방문 중인 블링컨 장관은 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한일관계 강화 노력을 평가하면서 특히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을 발전시키는 데는 미국·일본·한국의 3국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북한·중국 등 역내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런 가운데 한일 양국관계는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2018년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과 그에 따른 일본 측의 반발로 수년간 악화일로를 걸어오다 올 3월 우리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일본의 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형태의 배상 해법을 제시한 뒤 완연한 회복 기조에 접어든 상태다.
올 3월 이후 한일 양국은 정상 간 '셔틀외교'를 통한 양자 정상회담을 잇달아 개최했으며, 8월엔 미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나라·일본과의 '소(小)다자 협력'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과 별개로 여전히 대외적으로 다양한 '난제'들을 맞닥뜨리고 있다. 특히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과 함께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따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상황은 미국의 외교 역량을 분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단 지적이 많다.
일례로 블링컨 장관은 이달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방문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에 대한 인도적 조치 필요성을 이유로 '일시 휴전'을 제안했으나, 이스라엘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12·16일에도 이스라엘을 찾았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과거엔 이른바 '세계 경찰' 국가로서 각국의 분쟁 상황 등을 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지난 수년간 '다극화' 또는 '신(新)냉전' 경향이 대두되면서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입지 또한 전과 달라졌단 것이다.
그나마 동북아에선 북한이란 '한미일 공동의 위협'이 존재해 역설적으로 미국 주도 질서가 유지되는 한 배경이 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 또한 "내년 11월 미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에 따라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일에 이은 방한 과정에서도 북한의 위협 등에 맞서기 위한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한 동북아, 나아가 인도·태평양 역내 동맹국 간 결속과 정세 안정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협력 동향도 미국의 역내 관여를 요구하는 한 배경이 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18일 오후 경기도 평택 소재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우리나라이 입국한 뒤 19일엔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한미외교장관회담에 임한다. 또 윤석열 대통령 예방 및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면담 등도 조율 중이다.
박 교수는 블링컨 장관이 이번 한일 순방에 이어 인도도 방문할 예정임을 들어 "이를 통해 미국이 인·태 지역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한미일 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기시다 총리와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은 저마다 블링컨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상황과 관련해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 등 동의를 표시하며 "미국 측과 공조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일본 측이 전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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