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프랑스판 IRA 도입과 한국, 전기차 보조금 상호주의 필요

박영서 2023. 11. 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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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성 미국 메릴랜드주 변호사

탄소중립은 국제적인 규범으로 제도화되고 있다. 한국은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실현 목표 시기와 그것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에서 다양한 국가와 전기차 회사들, 그리고 많은 이해관계자 간의 다양한 이해충돌과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논쟁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첫째, 탄소중립의 정책들이 국제규범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도 적지 않다. 선진국과 개도국간에, 선진국 내에서도 전기차를 생산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간에, 그리고 한 국가 내에서도 정치지도자들과 기업 사이에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도 경제둔화로 해당 목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둘째,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기술혁신이 현실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비용과 대체 기술의 한계가 현실적인 벽으로 드러나고 있다. 셋째, 과연 한국의 목표와 전략을 지속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한국의 관련 산업을 위하여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일고 있다.

◆프랑스판 IRA란 무엇인가?

2023년 EU는 미국의 IRA에 대응하기 위하여 탄소중립산업법과 핵심원자재법을 발표했다. 최근 개별 EU 회원국 차원에서의 미국의 IRA 대응조치가 시작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제 개편이다. 지난 9월 19일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판 IRA"인 일명 "녹색산업법(Loi Industrie Verte)"을 통해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방식 최종안을 공개했다. 보조금은 친환경 점수에 따라서 차등 지급된다. 친환경 점수는 80점 만점에 최소 60점 이상이면 된다. 탄소배출량이 적을수록, 친환경 점수는 높아진다. 프랑스 정부는 올 12월 보조금 지급대상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 1월 1일 법안이 공표되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프랑스판 IRA에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탄소발자국"의 개념을 도입했다. 탄소발자국은 전기차 생산공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의 합을 말한다. 프랑스 정부는 측정 시점을 차량 판매 이후에서 이전으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차량 판매 이후, 도로에서 발생할 탄소배출량을, 개정안은 차량 판매 이전인 생산과정에서 발생했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한다. 기존에는 배기량이 적은 경차가 보조금 수급에 유리했다. 중국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프랑스 경차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었다는 규제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둘째, "탄소배출 계수"의 개념을 도입했다. 프랑스 정부는 생산공정 및 생산지에 따라서 상이한 탄소배출 계수를 설정했다. 생산공정을 철강, 알루미늄, 기타 재료, 배터리, 조립, 운송 등 6개 부분으로 나눴다. 동일한 공정도 생산지에 따라서 다른 계수를 설정했다. 예컨대, 알루미늄 공정의 경우, 중국(20.0)이 유럽(8.6)보다 약 2.3배가 높다. 탄소배출 계수를 미세조정해서 특정 국가들(특히 중국 등 기타 아시아 국가들)이 보조금을 타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유럽차에게 불리한 공정은 계수 차이를 줄이고, 유리한 공정을 계수 차이를 늘리면 된다. 중대형 차량 시장을 보호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프랑스판 IRA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미국의 IRA 사례와 같이, 표면적으로는 친환경 정책의 모습을 띠지만, 프랑스 정부는 EU 역내에서 생산된 "메이드인 유럽(made in Europe)" 차량에게만 보조금 혜택을 몰아줄 계획이다. "프랑스판 IRA" 보조금 제도는 한국 전기차 제조사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소지가 크다. 중국처럼 친환경 점수를 낮게 받고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6가지 모든 공정에서 유럽 또는 미국산 전기차보다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프랑스판 IRA"가 다른 EU 회원국 또는 EU로 확대될 경우, 한국 전기차 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처럼, 나머지 26개 회원국들이 각자의 보호무역 정책을 실행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최대 28가지(EU + 27개 회원국)의 다른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EC는 2025년까지의 국고보조금 변경절차를 마무리했고, 일반적용면제규정(GBER)을 개정했다. 또한 EC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해서 EU 회원국들에게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의 지원한도를 늘렸다. IISS는 프랑스와 독일이 정부지원금 한도를 크게 높이는 변경을 지지했으며, 두 국가는 2022년 3월 EU 국가보조금 지급규정이 완화된 이후 EC가 승인했던 전체 국고보조금의 77%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3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IRA와 유사한 "바이 유로피안(Buy European)" 법안 발의를 제안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대신 EU는 회원국의 보조금 규칙을 완화해서 각각의 회원국들이 보다 손쉽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고, 녹색산업을 후원하기 위한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부연했다. 바로 이런 EU의 입장 변화가 오늘날의 "프랑스판 IRA"의 법적 근거가 되었다. 나머지 26개 회원국도 언제든지 프랑스처럼 독자적인 무역제재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프랑스 대통령은 일방적인 보호주의적 접근방식으로 유럽 자동차산업의 수호자처럼 연기하고 있지만, 그는 프랑스의 재산업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유럽의 파트너들은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특히 독일은 그의 광범위한 정책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더 나아가 독일 정부는 유럽법에 따라 제대로 실행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판 IRA" 도입과 더불어 독일 정부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독일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서 E.U. 보조금 정책의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이제이 전략: 중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EU의 반중국 경제정책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유럽 현지 생산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EU 회원국에 현지 공장 설립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이한 사실이 있다. 중국의 전기차업체 및 배터리 제조사들은 현지공장을 독일에 집중적으로 설립 및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U 회원국 중에 가장 경쟁력이 있는 자동차산업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입장은 프랑스 등의 다른 회원국과 크게 다르다. 만약 중국 정부가 보복조치를 취할 경우, 가장 쉬운 희생양이 바로 독일 빅3 회사(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 벤츠)가 될 것이다.

미국의 정치전문 일간지 폴리티코는 유럽의 자동차업체들은 라인강을 중심으로 의견이 갈린다고 분석했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포하기 전에 전략적 계산을 해야할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독일 빅3 회사와 프랑스 정부가 간접지분을 소유한 르노(Renault)와 스탤란티스(Stellantis) 간의 세력대결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판 IRA"가 EU 차원의 규범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내부 진통이 예상되며 향후 진행과정을 유심히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현지 생산 현황

한국 전기차 제조사의 유럽 현지공장 상황은 어떨까? 현재 한국 전기차 중에서 현대 코나 EV만이 유럽 현지공장에서 만들어 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월부터 체코 공장에서 코나 EV의 생산을 시작했다. 유럽 공장에서의 전기차 생산비중을 2030년까지 50% 대로 올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아는 슬로바키아 전기차 공장 설치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유럽 현지 생산 공장을 이미 운영 중이다. LG에너지솔류션은 폴란드에,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에 생산거점을 뒀다. 독일에 집중적으로 현지 공장을 설치 및 운영 중인 중국 전기차 제조사 및 배터리 회사와 달리, 한국 기업들은 동유럽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10월 6일 산업연구원(KIET)은 "프랑스판 IRA"에 관한 보고서(프랑스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제도의 내용과 시사점)에서 "유럽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접근 전략과 함께 국내 산업 공동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생산지 기준으로 프랑스는 탄소발자국 기준으로 자국시장 접근조건을 부과함으로써 비관세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현지 생산 후 현지 판매"로 전환해야 하나, 이는 "국내 산업 생태계의 공동화 위험을 증가시킨다"라고 주장했다.

◆진짜 위기가 오고 있다

한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내적으로는 "중국산 테슬라" 등의 새로운 조합의 수입 전기차들과 경쟁하게 됐다. 중국산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제조된 "메이드인 차이나(made in China)" 테슬라 차량을 말한다. 지난 7월 14일 테슬라는 모델 Y 후륜구동(RWD) 차량을 국내에 출시했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무려 4,206대가 팔렸는데 이는 전월 판매량(431대)의 10배에 달한다. 국내 전기차 시장 전체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존 모델은 LG에너지솔류션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된 미국공장 제조 모델이었다. 최신 모델은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되고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제조된 모델로 가격을 낮췄다.

테슬라는 친환경차 국고보조금 전액 지급대상 상한가인 5,700만원에서 단 1만원을 낮춘 5,699만원으로 기본가격을 내렸다.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지원금까지 합치면 구입비용은 5,000만원 이하로 떨어진다. 지난 9월 모델 Y에만 지급된 국고보조금이 3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외적으로는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수급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10월초 독일 공장에서의 전기차 생산을 약 2주간 잠정 중단했다. 배경은 수요 감소다. 츠비카우 공장에선 쿠프라 본(Cupra Bon) 생산을, 드레스덴 공장에선 ID.3 생산을 멈췄다. 로이터 통신은 폭스바겐이 높은 인플레와 보조금 삭감으로 인하여 테슬라 및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과의 경쟁과 "기세가 꺾인 수요"를 직면하고 있다고 비관적으로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유럽 정부는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탄소 배출량 삭감이 초래하는 정치적 및 경제적 비용에 깜짝 놀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EU와 영국은 2015년에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서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완전히 없애는 "넷 제로 2050 (Net Zero by 2050)"과 2030년까지 45% 삭감을 공약했다. EU 27개 회원국들이 지난 해 가을 2035년까지 비전기차 판매를 종료하겠다는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으나, "다수의 국가들이 규칙에 물을 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 리더들이 "정책역행"에 대해서 쉬쉬하고 있으나, 일반 유럽인들은 비용에 대해서 골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만간 EU는 천문학적 고비용을 고려해서 보다 완화된 탈탄소화 일정을 발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리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두 가지 정책제안을 한다. 첫째, 전기차 보조금 지급기준에 "상호주의(reciprocity) 조항"을 포함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대기환경보존법" 제58조 제3항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저공해자동차의 보급 등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 판매 가격 등 환경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서 "차등적으로" 보조할 수 있다. 동법 시행규칙 제79조의 3의 다섯 가지 기준에 "상호주의" 조항을 추가하면 된다.

예컨대 미국, EU 등 상대국가에서 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해당 국가에서 직접 수입되거나 제3국에서 제조된 해당국가 브랜드 전기차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을 한시적으로 중지하는 방식이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자료에 따르면, 현재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는 미국 전기차 업체는 한국지엠과 테슬라코리아이다.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되면, 미국 IRA의 혜택 받고 있는 두 회사는 보조금 지급 제외대상에 포함된다.

마찬가지로 유럽판 IRA가 시행된다면, 독일 빅3 회사(BMW,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프랑스 정부가 간접지분을 소유한 스탤란티스코리아, 스웨덴의 볼보자동차코리아 및 폴스타오토모티브코리아가 제외대상에 추가된다. 최근 "중국산 테슬라" 논란으로 한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의 문제점이 부각됐다.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외국 업체들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국고 보조금을 가로챈다는 역차별 지적까지 일었다. 상호주의 조항의 도입과 더불어 역차별 해소 방안을 함께 고려할 때이다.

둘째,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을 재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구매보조금제도는 2021년 1월 1일자로 폐지됐다. "대기환경보존법" 제2조제16호에 따르면 "저공해자동차"의 정의에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모두 포함된다. 전기차 글로벌 공급과잉 시대에 즈음하여, 하이브리드 산업을 선제적으로 육성하는 선구안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산업육성은 완전한 탄소중립 시대까지의 과도기 동안 점진적인 탈탄소화에 이바지하며, 글로벌 에너지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본 기고의 원문 출처는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204호'임을 밝히며, 원문의 저작권은 동아시아재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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