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대어 외면한 기관, 개미는 달랐다…공모 청약 초반 ‘선전’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2023. 11. 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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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올 하반기 큰 이슈를 모았던 IPO(기업공개) 종목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 첫날 오전 시장의 우려보다는 나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최대 규모의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은 두산로보틱스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2위보다는 나은 증거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8일 낮 12시 현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일반 공모 청약을 진행 중인 3개 증권사에는 총 2512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들어왔다.

증권사별로 미래에셋증권이 1700억원, NH투자증권이 776억원, 하이투자증권이 36억원이다. 증권사별 청약 경쟁률은 미래에셋증권이 0.42대 1, NH투자증권이 0.39대 1, 하이투자증권이 0.87대 1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날부터 내일인 9일까지 이틀동안 일반 공모 청약을 접수한다. 공모가는 기존 공모가희망범위 하단인 3만6200원이다. 아직 초반인 만큼 전체적인 흥행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통상 전체 청약증거금의 80~90% 정도가 청약 둘째날에 들어온다.

아직 초반인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올해 IPO 시장에서 최대 흥행을 기록한 두산로보틱스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청약 첫날 오전 12시 기준 두산로보틱스의 총 청약증거금은 1조8162억원이었다. 두산로보틱스의 최종 청약증거금은 33조1093억원이었다. 두산로보틱스에 이어 올해 청약증거금 2위를 기록한 신성에스티의 청약 첫날 오전 12시 기준 청약증거금은 786억원이었다. 신성에스티의 최종 청약증거금이 12조3000억원이었다.

현재까지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청약증거금은 10조원대 후반이나 20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올해 4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을 청구할 때부터 올해 가장 주목받는 IPO 기대주였다.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3조원이 넘는 덩치에다 코스닥 시총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에코프로그룹의 핵심 계열사인데다 이차전지 산업에서 증설이 가장 활발한 전구체 국내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9월 이후 이차전지주의 급락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지난달 11일 공모가 상단을 기존 4만6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하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17.2대 1로, 지난 8월 허수성 청약방지 제도가 시행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 단위 대어라서 경쟁률이 낮게 나온 게 아니었다. 기관 투자자가 3조9551억원어치를 청약했는데 1920개 기관이 63조원을 부은 두산로보틱스와의 온도차가 확연하다.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결과만 놓고 보면 이날 청약 초반 분위기가 다소 우호적으로 느껴진다.

수요예측 결과가 나오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모가를 더 낮췄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IPO에서 공모가 고평가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는데 기관 투자자들 대상 수요예측에서 이같은 시장 분위기가 명확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요예측 신청 수량 중 18.4%가 공모가 하단인 3만6200원을, 19.8%가 3만6200원 미만을 써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의 수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의 76.3%가 3만6200원 미만을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경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과 높은 기준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주식시장이 불안정해지며 정상적인 수요예측이 어려웠고, 해외와 달리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일부 양극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국내외 우량기관 주문 수량의 80% 이상이 확정 공모가 이상에서 접수된 점 등을 반영해 공모가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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