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서울 월세 5건 중 1건 100만원 이상
올해 1~10월 서울 소형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월세로 나타났다.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은 것은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0만원이 넘는 월세도 5건 중 1건에 달했다. 최근 역전세 여파로 임대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고, 비아파트를 기피하는 아파트 수요까지 더해져 월세가가 치솟은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데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이하) 전월세 거래량은 11만4962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 불과 5만여건에 그쳤던 전월세 거래는 그간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11만건을 돌파했다.
월세 비중은 역대 최고치다. 올해 1~10월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5만 7761건으로 전세 거래( 5만7201건)를 웃돌았다. 1~10월 월세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2011년 집계 이래 처음이다.
월세 비중이 50%를 넘은 자치구는 금천구(63.7%), 구로구(61.3%), 중구(58.7%), 강남구(58.0%), 강북구(57.9%), 관악구(57.3%), 마포구(57.1%), 송파구(55.0%), 중랑구(53.3%), 종로구(52.8%), 강동구(51.6%), 서대문구(51.3%), 서초구(50.3%) 등이다.
월세 액수도 올랐다. 1~10월 서울 소형아파트 가운데 월세 100만원 이상 거래는 1만1805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체 월세 거래 5건 중 1건이 1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아파트 월세가 치솟은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세사기로 생긴 빌라 기피 현상이 소형 아파트 월세 수요를 자극했다. 올해 1~10월 서울 연립 및 다세대 전세 거래량은 5만7718건으로 전년대비(7만 6317건) 24.3% 줄었다. 비아파트 전세가 줄어든만큼 아파트 월세로 편입됐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일부는 비아파트 ‘월세’로 돌아섰다. 수도권 월세 거래 중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월 기준 62.6%로 올 들어 60%를 처음 돌파했다.
연립, 다세대 등 비아파트의 월세도 오르고 있다. 성북구 동선동 11년차 26.51㎡ 빌라는 최근 보증금 7000만원, 월세 4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2년 전에 비해 월세가 30만원 오른 것이다. 고려대 인근 안암동 10~11년차 15~18㎡ 규모 원룸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65만원대로 올 여름부터 3만원에서 10만원가량 올랐다.
빌라 임대인들도 올라간 월세 수요에 맞춰 전세 물건을 월세로 돌리고 있다. 인천 서구에 소형 빌라를 가진 임대인 A씨는 “전세 수요가 줄면서 2021년 1억6000만원에 놓을 수 있던 전세가 최근 1억원까지 떨어졌다. 결국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75만원으로 과거보다 좀 높게 월세를 받는 식으로 세입자를 구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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