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화성 무인기, 앞으로 2주간 임무 중단…왜?
화성·태양·지구 일직선 정렬 원인
‘하전입자’ 영향 오작동 사전 방지
4개의 고정식 다리 위에 길이 1.2m짜리 회전날개가 위 아래로 나란히 달렸다. 동체에 장착된 태양 전지판으로 전기를 만들어 중량 1.8㎏짜리 동체를 공중에 띄울 수 있다. 이 물체는 무인기다. 무인기는 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지만, 이 무인기는 다르다. 비행 장소가 지구가 아니라 화성이다.
사상 최초로 지구 밖 천체의 대기권에서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인제뉴어티’이다. 그런데 인제뉴어티 임무가 앞으로 2주 동안 중단된다. 수일에서 수십일에 한 번은 꼭 하늘로 날아올랐지만, 당분간은 장기 주차된 자동차처럼 화성 표면에 서 있게 된다. 이유가 뭘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7일(현지시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제뉴어티와 지구의 통신이 오는 11일부터 25일까지 완전히 끊긴다고 밝혔다. 총 2주간이다. 지구에서 인제뉴어티에 명령을 내릴 수도, 인제뉴어티가 자신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지구로 보낼 수도 없다. 임무가 중단되는 것이다.
NASA는 지난 2일에 인제뉴어티가 통신 두절 전 마지막 비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인제뉴어티는 2021년 4월19일 첫 비행에 나선 뒤 한번에 수십초에서 수분씩 총 118분 동안 화성 공중에 떠 있었다. 지난 2일 비행은 화성 공중으로 66번째 날아오른 기록이었다.
지금까지 최고 비행 고도는 지면에서 24m(아파트 8층 높이), 최고 비행 속도는 시속 10m다. 화성 대기 밀도는 지구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회전 날개가 돌아가는 힘에 반응할 기체 자체가 적다. 이 때문에 회전 날개를 분당 2500회(지구 헬기의 5배)로 빠르게 돌려서 얻어낸 결과다.
일견 대단해 보이지 않는 성능이지만, 인제뉴어티가 인류에게 준 의미는 특별하다. 지구가 아닌 천체의 대기 속에서 동력 비행에 최초로 성공한 기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 대한 관측은 주로 탐사선을 보내 우주 공간에서 장거리 관측용 카메라를 켜거나 땅에 무인 탐사 차량을 착륙시키는 방식을 썼다. 그런데 우주 공간에서는 지형·지물의 세세한 모습을 관측하기가 어렵고, 땅 위에서는 신속한 이동이 쉽지 않다. 하늘을 가르는 인제뉴어티 같은 비행체가 이런 틈을 메울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대기권을 나는 비행체는 지구 외 천체에서 과학 탐사와 상주 기지 건설을 추진할 때 요긴하다. 하늘에 무인기를 띄워 위험한 지형을 미리 파악하고, 인간이 머물거나 생명체가 서식하기에 적절한 장소는 없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그동안 큰 탈 없이 운영되던 인제뉴어티가 2주간 비행을 중단하는 이유는 태양을 사이에 두고 화성과 지구가 일렬로 늘어서기 때문이다. 캠프파이어 도중 모닥불(태양)을 가운데 두고 두 사람(화성·지구)이 정면으로 마주 앉아 서로의 얼굴을 잘 볼 수 없게 된 것과 비슷하다.
이런 정렬 상태에서는 지구에서 화성의 인제뉴어티로 보내는 명령이 태양에서 나오는 ‘하전입자’, 즉 전기적인 성질을 띤 초소형 알갱이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명령이 훼손되거나 불완전하게 전달된다.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인제뉴어티의 경우 임무 도중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ASA는 “어떤 정보가 전송 도중 손실될지 예측할 수 없다”며 “손실된 정보가 탐사 장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에서 나오는 하전입자는 화성에 있는 인제뉴어티가 지구로 보내는 관측 정보도 손상시킬 수 있다. NASA는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아예 2주간을 인제뉴어티의 ‘휴가 기간’으로 정해 교신 등 모든 임무를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화성과 태양, 지구가 일렬로 늘어서는 일은 2년에 한 번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NASA는 “통신이 끊기기 전에 필요한 명령을 모두 인제뉴어티로 전송했다”며 “2주간의 휴지기 이후 임무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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