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실책 불명예 기록 나올 뻔, 그런데 수비를 잘했다? LG가 떨지 않았다는 증거

▲ 케이시 켈리와 오지환, 오스틴 딘이 삼중살 성공에 기뻐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기록된 수비 실책은 4개. 역대 한국시리즈 팀 최다 실책 기록보다 하나가 적었다. 분명 불명예 기록을 쓸 뻔한 LG인데, 수비를 못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수비로 버텼다고 봐도 될 정도로 많은 호수비가 나왔다.

LG 트윈스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2-2 동점이 4회부터 8회까지 이어진 가운데, 9회초 나온 마무리 고우석이 2사 1루에서 kt 문상철에게 담장 직격 적시 2루타를 내주면서 첫 경기를 놓쳤다. 세 번이나 kt의 주루사를 유도하며 수비로 버텼지만 장타는 당해낼 수 없었다.

이날 LG는 수비에서 실책을 4개나 기록했다. 1회 박동원이 도루를 막으려다 송구 실책을 저질렀고, 2회에는 문보경이 장성우의 땅볼을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해 출루를 허용했다. 4회에는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 오지환의 홈송구가 마치 '패대기 송구'처럼 옆으로 샜다. 9회에도 오지환의 늦은 홈 송구가 뒤로 빠지면서 문상철이 3루로 진루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실점으로 연결된 실책은 1회 박동원의 송구 실책 하나밖에 없다. LG 염경엽 감독도 실책이 4개나 쏟아진 점을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많은 실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실점과 이어지지 않아서 생각하지 않는다. 던지지 않아야 하는 공이 있었다. 실책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오히려 수비에서 돋보이는 장면이 적지 않았다. 가장 충격적인 수비는 2회 무사 1, 2루에서 나왔다. 문상철의 번트 타구가 포수 박동원에게 향하자 유격수 오지환, 2루수 신민재를 거쳐 3루수 문보경으로 이어지는 트리플 플레이를 만들었다.

플레이 하나하나를 짚어보면 왜 이 수비가 충격적인지 알 수 있다. 먼저 박동원의 상황 판단과 송구가 좋았다. 2루 주자의 3루 진루가 한참이나 늦었다는 것을 보고 베이스에 커버를 들어간 오지환을 향해 강하게 송구했다. 이 빨랫줄 송구가 후속 플레이가 만들어질 시간 여유를 만들었다.

오지환의 1루 송구는 더 놀라웠다. 3루 베이스를 밟은 추진력으로 1루에 강한 송구를 뿌렸다. 멈춰서 던졌다면 1루에서 아웃을 장담할 수 없었다. 신민재는 병살 플레이에 만족하지 않고 배정대의 위치를 포착한 뒤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노렸다. 3루로 돌아간 문보경이 넘어지며 송구를 받아 그대로 배정대를 태그했다. 이렇게 한국시리즈 역대 2호 삼중살이 탄생했다.

팀 플레이는 물론이고 개인 기량도 확실히 보여줬다. 2회 실책을 저질렀던 문보경은 3회 2사 후 김상수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막고 완벽하게 1루에 전달했다. 6회에는 1사 후 황재균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신민재가 벤트레그 슬라이딩 캐치 후 1루 송구로 땅볼 처리했다. 2사 후에는 앤서니 알포드의 장타가 될 수 있던 큼지막한 뜬공을 문성주가 슬라이딩캐치로 막았다. 우익수 홍창기는 7회 2사 후 예리한 홈 송구로 장성우를 저격했다. 장성우도 다리를 뒤로 빼는 기술적인 슬라이딩을 구사했으나 박동원의 태그가 조금 빨랐다.

정규시즌에서도 LG는 실책 수로 설명할 수 없는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하는 팀이었다. 팀 실책 수는 128개로 최다 1위 NC(130개)와 큰 차이 없는 2위다. 한 시즌 비자책점이 83점에 달한다(실점 610점, 자책점 527점). 10개 구단 가운데 실점과 자책점의 차이가 가장 큰 팀이었다. 수비율은 0.976으로 NC와 함께 공동 9위.

대신 인플레이 타구 처리율(DER)은 0.686으로 4위였다. 지난해 0.702, 2021년 0.701로 2년 연속 이 부문 1위에 오른 저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LG는 29년 만에 올라간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의욕적이어서 벌어진 실책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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