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년만에 환율관찰대상국서 한국 제외… “외환시장 운용 재량권 커져”

수출 불황 따른 흑자 감소 반영
“무역분쟁 여지 감소” 기대감도

우리나라가 2016년 4월 이후 7년 만에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에서 빠졌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외환 당국이 미국의 모니터링에서 벗어나 외환시장 운용 재량권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이유가 수출 불황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감소라는 점에서 지정 제외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미국 재무부는 7일(현지시간) 환율관찰대상국에서 한국과 스위스를 제외하고, 베트남을 더해 중국·독일·말레이시아·싱가포르·대만 등 모두 6개 국가를 지정하는 ‘2023년 하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이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것은 2016년 2월 미국 교역촉진법이 발효된 이후 처음이다. 미 재무부는 종합무역법과 무역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정책 및 환율정책을 평가한 뒤 심층 분석 대상국과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해 매년 반기별로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미 재무부가 평가하는 3가지 조건 중 2가지를 충족해 2016년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13차례 연속 환율관찰대상국에 올랐다. 기준은 △상품과 서비스 등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8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달러 순매수 등이다. 이 중 3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 분석 대상국이 되며 2가지에만 해당하면 환율관찰대상국이 된다.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되려면 2회 연속 1개 기준 이하만 충족해야 한다. 미 재무부의 이번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GDP 대비 0.5%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 수출 불황으로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165억8000만 달러)는 전년(257억5000만 달러) 대비 약 65%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번 환율관찰대상국 제외로 미국과의 무역분쟁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분쟁이 줄면 대미 수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중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와중에 미국과의 무역분쟁 가능성이 옅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인 면”이라면서 “우리 수출 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