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여전히 못 말리는 짱구"… '그 애니'에 빠진 MZ세대

최자연 기자 2023. 11. 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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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 2층, 이곳저곳에서 '귀엽다'는 감탄사가 연달아 터져나왔다. 사진은 지난 2일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2023 짱구는 못말려 시네마퍼레이드 투어'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최자연 기자
"이게 뭐야? 너무 귀엽다!"
"오늘 10만원 넘게 쓸 것 같아."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 2층, 이곳저곳에서 '귀엽다'는 감탄사가 연달아 터져나왔다. 이곳은 '2023 짱구는 못말려 시네마퍼레이드 투어' 팝업스토어가 열린 현장이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1990~2000년대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과거 애니메이션의 웃긴 장면이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의 숏츠 등을 통해 일종의 밈(meme·인터넷유행어)으로 확산돼 사용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추억의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고 해당 캐릭터 이미지가 들어간 상품을 이용하는 20·30대도 흔하다.

이 같은 인기에 기업들은 해당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관련한 행사를 개최하거나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머니S가 추억의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MZ세대를 만나봤다.



"짱구는 귀여워"… 20·30대가 열광하는 이유


짱구 팝업스토어를 찾은 방문객 중에는 20·30대가 많았다. 사진은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최자연 기자
"어린시절 그리움이 떠올라요."

지난 2일 방문한 '짱구는 못말려' 팝업스토어에는 짱구 극장판의 명장면을 재현한 '포토존'과 다양한 상품이 준비된 '굿즈존'이 눈에 띄었는데 대기줄에는 주로 20~30대가 서있었다. 3명의 대학생 무리는 "(구매 비용이) 10만원을 거뜬히 넘을 것 같다"며 상품들을 꼼꼼히 살폈다. 이들은 끊임없이 "귀엽다" "다 사고 싶다" 등 감탄사를 연발했다. 실제로 이날 방문객들은 캐릭터 상품에 20만원 이상의 비용을 망설임 없이 지불하며 기분 좋게 쇼핑백을 들고 나갔다.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A씨(남·20대)는 "짱구를 워낙 좋아해서 찾아왔다"며 "요즘 SNS에 짱구 관련 콘텐츠가 올라오는데 귀여워서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어 "90년대 애니메이션을 종종 찾아본다"며 "어린시절부터 봤던 애니메이션이라 (짱구를 보면) 그 시절이 떠오르고 그립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기자가 팝업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받은 대기번호는 591번. 평일임에도 방문객이 많았다. 팝업스토어 직원 B씨(남·30대)는 "지난주부터 (팝업스토어가) 시작했는데 하루에 대기번호가 500~700팀 수준이다"며 "평일에도 많은 사람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C씨(여·30대)는 "어린 학생보다는 대부분 20대 혹은 30대가 (해당 팝업스토어에) 찾아온다"며 "저도 30대인데 짱구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행사 관련 업무도 짱구를 좋아해서 참여했다"며 자신이 들고 있던 짱구 인형을 보여줬다.

친구와 함께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D씨(여·20대)는 "짱구의 톡톡 튀는 엉뚱함이 매력적"이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로운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 봤던 애니메이션을 요즘도 가끔 본다"고 덧붙였다.

짱구 팝업스토어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최자연 기자
이곳에서는 짱구 키링, 인형, 그립톡 등 다양한 굿즈가 눈을 즐겁게 했다. 심지어 짱구와 컬래버레이션한 맥주, 도시락, 아이스크림 등도 판매하고 있다. 팝업을 둘러보던 E씨(남·20대)는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며 신중하게 상품을 골랐다.

주최 측인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짱구) 캐릭터 자체가 나온 건 오래됐지만 인기가 굉장히 많아서 팝업스토어를 열게 됐다"며 "기존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했는데 다른 지역에서도 (행사를) 열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많아 릴레이 형식으로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짱구 팝업스토어는 경기도 판교를 시작으로 대구, 부산을 거쳐 서울 신촌에서 마지막으로 오픈했다.



그때 그 애니메이션, 지금은 SNS에서 인기


일명 '퇴사짤'로 불리는 애니메이션 '이누야샤'의 한 장면이 유행하면서 예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진은 퇴사짤이 등장한 방송 장면. /사진=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왼쪽)와 지켜츄 Chuu Can Do It' 캡처
일명 '퇴사짤'로 불리는 애니메이션 '이누야샤'의 한 장면이 유행하면서 관련 애니메이션과 성우가 예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누야샤'는 평범한 여고생인 주인공이 과거시대로 넘어가 반요괴인간 이누야샤와 모험을 즐기는 내용의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유행하는 장면은 이누야샤의 여주인공 가영이가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장면이다. 이 밈은 현재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대학생인 김모씨(여·23세)는 이와 관련해 "장면 자체가 웃긴데 어릴 때 봤던 애니메이션이라 반갑다"고 말했다. 과거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얻는 데 대해 "그 당시 애니메이션으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다"며 "요즘 나오는 애니메이션보다 (과거 애니메이션이) 더 개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990~200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을 연기했던 성우들의 유튜브 채널이 인기다. 사진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강수진 성우(위쪽)와 남도형 성우. /사진=유튜브 채널 '강수진과 빛의덕후단'(위쪽)과 유튜브 채널 '보다 BODA' 캡처
1990~2000년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당시 이 캐릭터들을 연기했던 강수진, 이용신, 남도형 등 성우들의 유튜브 채널도 방문자가 늘었다. 이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수만명 이상의 구독자 수를 자랑한다.

구독자 8만여명을 보유한 강수진 성우의 유튜브 채널인 '강수진과 빛의덕후단'에서는 추억의 애니메이션 관련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성우들과의 토크쇼, 재더빙, 팬들과 실시간 소통 등 다양한 예능형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이밖에 '애니 속 신기한 일본문화' '숨은 결말' '추천 에피소드' 등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콘텐츠들도 조회수 수만회를 기록하며 사랑받고 있다.

추억의 애니메이션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개인 유튜브 채널도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유튜브에 올라온 애니메이션 '명탐정코난'관련 콘텐츠. /사진=유튜브 채널 '바가민은 외롭다진짜'캡처
애니메이션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즐겨본다는 최모씨(여·21)는 "(어린시절 즐겨봤던) 애니메이션 관련 콘텐츠를 보면 추억을 공유하는 느낌"이라며 "공감도 되고 재밌어서 찾아본다"고 설명했다.

성우들의 유튜브 방송에 대해서는 "우선 성우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좋고 (성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도 재밌다"며 "성우 목소리를 들으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떠오르고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이 생각나서 (해당 방송을) 좋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요즘도 예전에 봤던 애니메이션을 찾아본다"며 '천사소녀 네티' '꼬마마법사 레미' 등 자신이 시청하는 애니메이션을 읊었다.



"실제보다 내가 인지하는 나이가 중요해"


이수진 서울대 소비학과 박사는 성인들이 애니메이션에 애정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네버랜드 신드롬' 이라는 개념을 언급하면서 "성인 이행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짱구 팝업스토어 내부모습. /사진=최자연 기자
"남이 보는 것보다 내가 인지하는 연령이 중요하죠."

이수진 서울대 소비학과 박사는 성인이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것과 관련 "어린아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선호하는 것은 오래된 개념인데 최근 더 심화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네버랜드 신드롬'을 언급하면서 "성인 이행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버랜드 신드롬'은 소설 피터팬 속 주인공이 사는 네버랜드에서 유래한 말로 환상과 동심의 세계에서 사는 것처럼 나이보다 젊고 개성 있는 삶을 미덕으로 여기는 풍조를 일컫는 말이다.

이 박사는 "(이전 연구들을 살펴보면) 요즘 젊은 세대는 만 28세부터 성인이라고 인지한다"며 "이런 결과는 우리사회에서 어른이라는 개념이 지연되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인 이행기가 늦춰진 게 MZ세대에게 한정된 것은 아니다"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도 자신을 젊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알파세대로 불리는 10대도 자신을 20대로 인지하고 행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연령보다 자신을 몇살로 규정하는지 '인지연령' 개념이 중요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자연 기자 j27nature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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