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中·日 수십년 전 설립한 국가우주기구, 아직도 국회에 막혀 있다니 [핫이슈]
어찌 될지 불확실해지니
예산 배정 차질·민간투자 위축
오죽하면 기업들이 호소문 냈겠나
이대로라면 美 스페이스X 같은
혁신기업 나와도 생존 못할 것
ISRO가 설립된 건 무려 54년 전인 1969년. CNSA도 30년 전인 1993년에 설립됐다. 일본이 인도와 중국에 뒤처질 수 없다며 JAXA를 설립한 게 2003년. 일본이 비록 늦었지만, 올해로 스무살이니 ‘약관’에는 이른 셈이다. 중국과 인도가 달 착륙에 성공했고, 일본도 달에 탐사선을 보낼 정도는 됐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야 발사체에 위성을 실어 우주로 보내는데 수준이다. 갈 길이 먼데, 이를 지원할 국가 우주기구는 설립조차 못 하고 있으니,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세계 발사체 시장을 장악한 건 NASA의 지원 덕분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스페이스X가 발사체 발사에 3번을 실패하고 4번 만에 간신히 성공하자, NASA는 스페이스X에 중대한 임무를 맡긴다. 우주정거장에 화물과 사람을 실어 보내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 덕분에 스페이스X는 파산 위기를 딛고 살아남았다.
한국 기업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러니 NASA 같은 국가 우주기구가 한국 땅에 설립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국책연구소 주도로 우주 탐사 연구가 계속되면, 민간에서 스페이스X 같은 혁신 기업은 나올 수가 없다. 그런 기업이 나온다고 해도 생존조차 불투명해질 것이다. 민간의 창의적 에너지를 끌어들여 우주산업을 혁신하려면 이를 지원할 국가 우주 기구 설립이 필수다.
기업들이 오죽했으면 지난 1일 우주항공청 설립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냈을까 싶다. 220개 우주 항공 기업들이 소속된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회장 강구영)와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회장 손재일)는 “현재 우리나라는 항공우주 분야를 총괄하는 전담 조직의 부재로 각 부처가 기능을 분담하여 업무를 수행중에 있으며, 그에 따라 정책 수립 및 예산집행, 연구개발, 국제협력, 산업육성 등 여러 분야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총괄 거버넌스 설립이 늦어질수록 세계와의 격차는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기업들은 우주항공청 설립 지연이 빚을 불확실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에서 우주 관련 업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몇몇 공무원들이 담당한다. 이들은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소관 업무를 이관해야 할 처지다. 그런데 우주항공청 설립이 꽉 막혀 있으니 계획을 잡고 일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지금 하는 사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내년 예산 편성 역시 문제가 생겼다. 우주항공청 설립 여하에 따라 예산 편성 역시 달라져야 하는데, 언제 설립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국가 우주 사업이 더욱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니 민간 투자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호소문에서 “국내 우수 기업과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국회가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우주항공청 설립과 관련해 여야 간 이견도 많이 해소됐는데도 법 통과가 안 되는 건 결국 우주항공청을 어디에 둘지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지역 간 정쟁에 막혀 우주항공청 설립이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설립 법안이 반드시 연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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