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환수보다 규제 풀어 금융사 경쟁력 강화 먼저해야”

박정경 기자 2023. 11. 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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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은행권의 이자 초과 이익 환수 문제가 재부상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은행권을 상대로 '상생금융'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오는 16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을 소집해 은행권의 자발적 재원 출연 및 서민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인데, 논의 결과의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횡재세' 도입 등의 문제가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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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이대로는 안된다 - (下) 전문가 제언
“취약계층 위한 신용평가 개발
고정금리 비중 높이는 것 중요
예대마진 크지 않게 감독해야”

최근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은행권의 이자 초과 이익 환수 문제가 재부상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은행권을 상대로 ‘상생금융’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오는 16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을 소집해 은행권의 자발적 재원 출연 및 서민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인데, 논의 결과의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횡재세’ 도입 등의 문제가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의식한 정부와 여당의 포퓰리즘에 금융권이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가운데 은행에 대한 정부의 반복된 개입이 되레 금리체계 왜곡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회적 이익 환수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용평가제도 개발, 고정금리 확대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규제를 풀어 금융사들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들은 본격적인 상생금융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고려해 저금리 대환대출, 이자 면제 등 대출 이자 지원에 중점을 두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16일 금융 당국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금융·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에 대해 취지에는 공감하나, 보다 중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금융 당국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이 은행권 이자수익인데, 구조적으로 이자 비용을 낮추려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이나 취약계층이 시장금리 상승기에도 높은 가산금리를 부담하지 않을 수 있는 이들을 위한 신용평가 체계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최근 은행권 ‘돈잔치’의 비난 핵심은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인데, 예대마진이 과도하게 커지지 않도록 금융 당국이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금융채 발행과 관련해서 공정성을 개선하고, 제2금융권까지 혜택을 줄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금융사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고 금융산업 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정부의 개입으로 시장금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가장 많다.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번 주 들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0.1~0.2%포인트 내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달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요구에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던 것과 상반된 움직임이다. 상생금융에 따른 대출 금리 하락이 최근 증가 추세인 가계부채 문제 악화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은행 개입이 ‘중구난방’인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은행권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2의 기업은행’과 같은 중소기업, 서민을 위한 신규 은행 설립 등을 제1과제로 두고 중장기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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