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흑연 대안 '실리콘 음극재' 선점 경쟁...롯데·SK·대주·트루윈 눈독
[파이낸셜뉴스] 최근 중국이 흑연 수출 통제에 나섰다. 사실상 천연흑연과 인조흑연 전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2006년에도 흑연 수출을 통제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흑연은 배터리 음극재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극 흑연 수출 통제의 영향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재고 확보와 수입선 전환이 대책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조 흑연 자급률을 높이는 것과 함께 실리콘 음극재 개발로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실리콘 음극활물질 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 시장은 2021년 24억2200만달러(약 3조1600억원)로 2차전지 음극활물질 시장의 약 29.5%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6년까지 연평균 23.4% 성장해 시장의 비중이 34%를 차지하면서 69억1900만달러(약 9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 대한 상장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주력 동박 사업 이외에 2차전지 핵심 소재를 신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양극재 사업을 중심으로 실리콘 음극재까지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스타트업 앤와이어즈(Enwires)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실리콘 복합물질(Si-C계열) 공동 개발 후 고성능 실리콘 음극재 양산체제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분기 손실이 이어진 SKC는 신사업 투자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데 실리콘 음극재가 새로 편입된다. 올해 7월 실리콘 음극재 자회사 얼티머스를 설립했고 지난 2021년에는 영국 실리콘 음극재 업체 넥시온에 8000만달러(약 1044억원)를 투자해 공조 기반을 마련했다. 얼티머스는 연내 시제품 생산을 통해 양산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첫 실리콘 음극재 상용화에 성공한 대주전자재료는 적용 차종을 늘리고 양산 규모 확대를 추진 중이다. NH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 적용 차종을 현재 포르쉐, 아우디 2개에서 2년 이내에 마세라티와 링컨 등 6개 차종으로 확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증설을 통해 양산규모를 3000t에서 내년 1만t, 2025년에는 2만t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3차례에 걸친 실리콘 음극재 신규투자를 발표했는데 새만금에는 5만7000여평의 배터리캠퍼스 부지를 확보했다. 향후 10만t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센서 전문기업 트루윈은 대전 본사에 실리콘 음극재 설비를 구축 중이다. 내년 3월 시생산, 4월 본격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트루윈은 '수열합성' 방식의 실리콘 음극재 전문기업 엠엔테크와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100억원 규모를 엠엔테크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고체와 고체의 결합을 통해 만들던 기존의 음극재 제조 방식을 액체(사염화규소)와 액체(에틴렌글리콜)를 결합한 화학반응으로 바꿔 원자재 가격을 절감하는 방식이다. 또한 제조 공정도 저온 열처리 공정으로 온도를 기존 방식대비 450~700도 낮춰 기존 국내 대기업에서 개발한 음극재와 비교해 30% 이상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엔엠테크는 실리콘 소재의 부피 팽창 억제를 위해 그래핀을 도입한 중국향 합성소재 개발을 준비 중이며 미국과 유럽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현욱 IBK증권 연구원은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를 사용한 배터리 대비 10배의 용량과 충전 및 방전 속도가 빨라 차세대 음극재로 각광받고 있다"며 "내년부터 다수의 배터리 기업들의 차세대 제품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한 하이니켈 양극재 용량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테슬라나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주행거리 향상과 충전시간 단축을 위해 실리콘 음극재를 차세대 배터리로 검토하는 만큼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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